결국 해봐야 아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야 한다.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난 두 달 간의 백수 생활 동안 마음속에 가장 깊게 뿌리내린 말이다.
특히 <호명사회>, <핵개인의 시대>를 집필하신 송길영 작가님께 많이 공감했다: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데 내 직업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을 위시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직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럴수록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가장 손해보지 않는 길이다. 경제적으로 큰 성취를 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과정 동안 즐거웠을 테니까
동시에 개인의 취향과 관점만이 미래에도 대체 불가능할 것이다. 표준화된 업무는 기술과 기계가 점점 더 잘하게 될 테니까
우연찮게 유튜브에서 작가님이 출연하신 영상 하나를 본 뒤, 나는 빠져들듯이 송길영 작가님이 나오신 모든 영상을 찾아보았다. 명료한 언어로 전개하시는 논리는 내게 명쾌하게 다가왔다. 당장 월급이 끊겼는데 별다른 불안감이 들지 않는 데는 작가님의 지분도 크다고 느낀다.
아무튼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이제 알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
한참 동안을, 어쩌면 평생 동안을 미뤄왔던 고민거리였다.
며칠 동안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해야 되는 것은 납득했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당장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니 있던 중 하나의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애초에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의 혹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웠음을 깨달았다.
자신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하지만 실력 관계상 돈을 벌어다주는 ‘일’이 될 수는 없는) 풋살에서 힌트를 얻었다. 나는 지난 1년 10개월간 90번 이상 풋살 경기를 했다. 영하 10도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볼을 차러 나갔으며 실력이 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시비가 붙어 기분이 나빴을 때도 늘 다음 주 경기를 기다렸다. 초반에는 같이 갈 친구를 늘 구했는데 요즘은 그냥 혼자서도 하러 다닌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대충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란 같이 할 사람이 없어도, 과정 상에서의 어려움이 있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있어도 그냥 계속 하고 싶은 일이다
위는 송길영 작가님 영상을 찾아보던 시기에 병렬적으로 하던 고민의 결론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작가님도 좋아하는 일에 대해 비슷한 언어로 말씀하셨던 것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럼 나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살폈을 때, 위의 정의에 부합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직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고 느끼지만, 지금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1. 내 얘기 하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얘기 하는걸 정말 좋아한다
내 얘기라 함은 실제로 나의 신상이나 경험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업무적으로 ‘나라면 이렇게 결정/실행하겠어’라는 관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주관이 꽤 강하다는 뜻인데, 그래서 갈등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특히 어릴 때는 다른 것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친구들과 많이 투닥거렸다
그럼에도 계속 했다. 때로는 누군가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면서도, 내 안에 있는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컸다
2. 문제 찾기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뭐가 문제인지 찾는 것이 습관이다
나 자신에게서도, 여러 관계에서도, 업무에서도 그렇다. 늘 새로운 문제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찾은 문제를 명료하게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설득하거나 해결을 촉구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아주 피곤한 일들이 많았다. 특히 사람과 관계된 일은 감정 등 복합적인 요소가 개입하기에. 그렇지만 대충 덮고 넘어가지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풋살 하기와 같은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긴 천직으로 삼을 일이 생각한다고 갑자기 뚝 떨어질 리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드는 생각은 구체화하려면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에 적은 내용들을 대략적인 기준 삼아 얼추 부합하면 가볍게라도 해보아야겠다. 풋살도 해보기도 전에 이렇게 좋아할 지는 모르지 않았던가. 너무 생각만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송길영 작가님 덕에 백수 생활의 당위, 의미, 방향 등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실행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글쓰기도 하나의 아웃풋을 낸다는 점에서 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실행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아야겠다.
좋아하는 일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