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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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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베리 Nov 04. 2024

배달앱 지우기 1주일 후기

이번에도 실패한 식단 개선

지난 주 월요일에 사용하던 배달앱 3가지(배민, 쿠팡이츠, 두잇)를 모두 지웠다. 2가지 이유에서였다:   

식단 개선: 배달앱이 있는 한 닭가슴살은 결국 추가 간식이 되고 말았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보고 사러 갈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식비 절감: 백수가 된 뒤로 15,000원에 육박하는 배달앱 최소주문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언제나 양심의 가책이었다. 그래서 배민과 쿠팡이츠 사용을 줄였다. 대안이 최소주문금액이 낮은 배달앱인 ‘두잇’ 이었을 뿐


나는 2달간 일주일에 6일 이상 운동하면서도 감량은 커녕 몸무게가 늘었다. 이대로는 운동한 보람마저 사라질 위기였다. 식단을 바꿔야만 했고, 악의 원흉이 배달앱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지웠다. 지우고 나서의 일주일을 복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 배달앱을 지우고 의지가 충만한 상태로 인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바나나, 귤, 군고구마를 사와서 끼니 대신 먹었다

화요일: 3끼를 모두 바나나, 귤, 군고구마로 때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배도 고프고 맛도 금세 질렸다. 점심은 시장에서 돈까스를 한장 사와서 먹었다

수요일: 기왕 점심에 맛있는 것을 먹을 거라면 좀더 제대로 챙겨먹고 싶었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 가서 자극적인 음식으로 먹었다 (아마 장칼국수…)

목요일: 점점 의지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고구마는 끼니가 아닌 야식이 되었다. 다시 아침밥은 생략되었고 두 끼 모두 식당에서 먹었다

금요일: 저녁은 약속이 있으니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알면서도 점심도 식당에서 먹었다

토요일, 일요일: 저녁은 모두 약속이 있었고 점심도 식당에서 먹었다. 이미 과일과 고구마는 잘 생각나지도 않았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본질적인 식단 개선에는 실패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자극 디톡스 실패: 해보니 한 끼는 일반식, 나머지는 건강식으로 먹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자꾸만 자극적인 일반식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메뉴 다양화 실패: 간단한 조리나 세척조차 귀찮아하는 나는 그냥 까서 먹으면 되는 음식만을 찾았다. 그 결과가 바나나, 귤, 군고구마였다. 그리고 금방 질려버렸다

용량 최적화 실패: 바나나 1개, 군고구마 1개, 닭가슴살 1개로 한끼를 해결하는 것은 매일 운동으로 1000칼로리를 태우는 내게는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Perplexity와 잠깐 대화를 나눠보았다. 대화 내역은 아래와 같다:


아쉽게도 충분히 유의미한 솔루션을 제공받지는 못했다. 특히 구매 경로가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았다. 추가 질문들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더 물어봤지만 유효하고 직접적인 구매 방안(링크 등)을 제안받지는 못했다.

또한 제안받은 메뉴들을 보면서 맛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ㅠㅠ). 두부 스테이크, 오트밀 & 과일 같은 메뉴는 배달 음식에 절여진 내게는 너무 극적이다.


백수가 되면서 많은 데일리 습관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하는 것도, 매일 고강도로 운동하는 것도, 매일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아주 어렵지는 않게 성공했다. 그런데 식단은 연전연패 중이다.


그럴수록 더욱 이 문제에 대한 흥미가 깊어지고 있다. 요식업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늘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달 음식에 절여진 2030 1인가구의 높아진 혈당과 지방 수치’ 문제는 충분히 큰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깊다는 것을 체감한 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

평생 고상한 지식 산업에 노출되었고 종사하던 내가 요식업에 관심을 갖게 되다니. 늘 그렇지만 인생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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