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중독을 탐닉하다 문득 아파진 자신을 발견하는 현대인
백수가 되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살펴보니 나는 참 많은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물보다는 탄산음료나 이온음료 마시기, 배가 고프면 배달음식 시키기, 배가 부르면 편의점에 과자 사오기, 누우면 유튜브 켜고 한시간 뚝딱. 그 밖에도 내 삶의 곳곳에서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중독적인 습관들이 발견되었다.
발견한 만큼 해결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독제가 없을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마땅치 않았다. 나쁜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샐러드, 주스, 닭가슴살 등 건강한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이들은 나쁜 식습관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목적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차피 나쁘게 먹을건데 중간중간 이런거라도 조금 챙겨 먹으라는 톤에 가깝다고 느낀다. 즉 Vitamin은 많지만 Painkiller는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중독시켜야 이윤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인간의 필수 행위인 식(食)에서 중독을 만들어낸 큰 기업들이 등장했다. 술, 담배, 콜라 등등. 이들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자극을 극대화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서 거대한 부를 이루었다. 이후에는 여가 시간을 점유하는 콘텐츠, 게임 업계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등장했다.
모든 중독이 나쁜 것은 아니다. 탁월한 제품을 통해 다른 대안들보다 고객의 문제를 압도적으로 잘 풀어낸 경우에는 중독은 오히려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 굳이 대안들을 기웃거리기보다 다른 문제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토스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토스는 기존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편리한 경험을 제공했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은행업무는 토스로 처리한다. 그리고 토스는 이에 보답하듯 지속적으로 좋은 서비스들을 개발해서 제공한다. 그래서 나는 토스증권 수수료가 조금 비싸도 그냥 토스를 쓴다. 어떤 면에서는 최선이 아니더라도 대안을 알아보고 적응하는 나의 시간가치보다는 좋은 가치를 제공하므로.
하지만 분명 나쁜 중독들도 있다. 위에 언급했듯 단기적인 만족감을 자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중독들이 그러하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지만 물 대신 콜라만 먹거나 책 대신 틱톡만 보는 사람에게 건강한 몸과 마음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쉽고 깊게 중독되어 가고 있다. 문득 콜라를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벌떡 일어나 편의점에 콜라를 사러 간다. 오늘부터는 유튜브를 그만 봐야지 싶지만 고된 하루를 마치고 오면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찾게 된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늘어난 수명을 행복하게 살 준비를 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수많은 부정적인 중독 중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을까? 단기적인 자극을 장기적인 보람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최 가능한 것일까? 고민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