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애만 하는 사람도, 빠른 퇴사각을 잡는 사람도 모두 정상입니다
최근 친한 동생이 연애 고민을 털어놓았다. 장기 연애를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는 주로 6개월 전후의 연애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말해주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방의 다소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면 갈등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 참다가 역치를 넘으면 그냥 헤어지자고 한다. 그런데 연애를 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맞지 않는 모습이 있기 마련이고, 대부분 6개월 이내에 발견된다. 그래서 6개월 이상 연애를 지속하지 못했던 것이다.
불편한 말을 아주 잘하는 나로서 쉬운 조언은 ‘그냥 얘기해’ 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에게는 딱히 조언이랄 것은 하지 않았다. 그냥 생각보다 얘기 꺼내보면 쉽게 풀리는 문제도 있다는 경험 공유 정도. 긴 호흡을 가지고 가끔씩 여러 번 이야기 나누며 서서히 변화하기를 기대해야 하는 주제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 공유 정도. 지난 연인들은 조금 서운했을 수도 있겠지만, 평소 워낙 책임감도 크고 배려심도 많은 괜찮은 동생이라 결국 본인만의 답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사람마다 오래 지속하기 쉬운 주제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연애는 매번 길게 하지만 회사는 오래 다닌 적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한 이유는 동생이 연애를 길게 하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나도 주로 사람에게 실망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당시에는 미움받기 싫어서,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등등의 모습들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에 대해 몇 차례 얘기해보고 (혹은 싸워보고)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나의 짧은 회사생활과 동생의 짧은 연애 사이의 공통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꽤 오래 생각했는데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남았다. 둘 모두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 관계를 단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 듯하다. 그리고 관계가 단절되는 안타까운 결말로 끝나는 이유는 사람은 단기간에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 역시 사람에 대한 기준을 낮추기가 어렵고, 상대방 역시 피드백을 받았더라도 빠르게 바뀌기는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지만 운이 개입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관계의 성공 여부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100% 통하는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상대방을 틀림없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보내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온전히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첫 커피챗에서 열정과 책임감으로 가득 차 보이기는 쉽다. 소개팅에서 독립적이면서 배려심 넘쳐 보이기도 어렵지 않다. 나 역시 상대방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줬거나 실제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관계의 성공 여부는 많은 부분 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내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도, 상대방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의 답은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발전적인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이다. 몇 번의 실패가 누적되었다고 지나치게 낙담해서 포기하면 다음 기회조차 없다. 차라리 그 관계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 예상된다면 구태여 길게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이번 관계에서 다시 한번 본인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기에, 그 정보를 활용해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영혼의 사업 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옅은 기대를 놓지 않고 싶다. 그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 다가올 새로운 관계들에도 관심어린 애정을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