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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베리 Nov 12. 2024

저속노화, 안다고 할수 있는걸까?

구구절절 맞는 말일수록 더욱 실천하기 어렵다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를 작년부터 간간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현생에 신경이 쏠려 있어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당장 하루하루 허겁지겁 살아내기 급급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채널인 <최성운의 사고실험>에 정희원 선생님이 출연했기에 한번 보게 되었다. 잠깐만 다른데로 새면 매력적인 인터뷰어는 모든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솔직히 저속노화 관련 클립이 유튜브 피드에 수없이 떴는데 안봤다. 그런데 나는 사고실험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은 전부 다 찾아보고 있었고 때마침 여기 출연해주셔서 보게 되었다.


아무튼 영상을 보고 든 생각은 이렇다. ‘다 맞는 말인데, 아마 대부분이 실천은 못 하지 않을까?’. 희원님이 주장하시는 바는 결국 원론에 충실하고 편법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최근에 야구선수 이대호의 채널에서는 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가서 원데이 코칭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진행한다. 이대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기본기’. 특히 아마야구는 어떤 비법을 찾으려 말고 기본기에’만’ 충실하라고 얘기한다. 돌아와서 저속노화 역시 대상이 야구가 아닌 노화와 건강일 뿐 비슷한 주장으로 들렸다.


다만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말은 백번 맞고 절대 틀리지 않는 이야기임에 틀림없으나 실행하기는 몹시 어렵다. 아마 저속노화 이론에 대해 다들 머리로는 납득할 것이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 답이며 비타민 같은 쉬운 처방에서 구원을 찾으면 안된다라 -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당장 내일부터 배달음식을 모두 끊고, 몸을 일으켜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하루이틀은 마음먹으면 할 수 있겠지만 꾸준히 하려면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결국 극소수만이 위기를 이겨내고 습관화 내지는 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저속노화를 체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실행 과정에서의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관성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식단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아침점심저녁에 각각 뭘 먹어야 하는지부터 알아보고 구상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식단에 포함시킨 메뉴들을 주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매 끼니의 메뉴를 완성하기 위해 재료들을 조리 혹은 배합해야 한다. 식단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주 귀찮은 일이다. 심지어 방금 3단계로 구조화하는 것도 일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도를 낮추고 그냥 정해진 대로 따라오도록 요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아침점심저녁마다 각각 3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그 중에서만 고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른 메뉴를 정해진 구매처에서 바로 구매하도록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조리나 배합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끼 단위로 소분된 상품을 제안한다. 이런 식으로 그냥 시키는 대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을 Lock-in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모든 단계를 한번에 이어붙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속노화 콘텐츠를 찾아본 고객에게 곧바로 식단 추천을 연결하고 선택한 식단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송을 받으면 바로 먹으라고 알림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알림 이상으로 강력한 인센티브 등의 코칭을 시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성은 아주 강하고 보통은 사람의 본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자극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이겨내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려면 자유 의지에 맡기기보다 일부 강제성 혹은 확실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요즘 중독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 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인들은 단기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본성을 자극하는 제품들에 중독되어 있다. 식단 뿐만 아니라 콘텐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할 것 없이. 이제 좋은 식단이, 콘텐츠가, 자세가, 운동이 뭔지 몰라서 안하는 사람은 잘 없다. 이미 알면서도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에 머지않은 미래에 이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쁜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은 아주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로 느껴진다.


의미있는 규모의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 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 사람 본성에 반하는 제품을 팔면서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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