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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으로 지원동기/자기소개 말하는 법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by 빌베리

어제는 얼마 전까지 다녔던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친구를 만났다. 인턴을 할 때도 차후 컨설팅 펌에 입사하는 것을 염두에 두던 친구였다. 당시에 나와 일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있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칭찬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도 점심 먹거나 할 때 진로 관련해서 물어보면 아는 한에서 이모저모 이야기를 해 주었고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었다. 그랬던 친구가 반년쯤 지나 이제 컨설팅 입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면 연락이 온 것이다.


컨설팅 인터뷰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먼저는 핏(Fit)이다. 지원자의 성향이 전략 컨설팅이라는 업무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시간이다. 다음은 케이스(Case)다. 약 20~40분간 모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인터뷰어와 함께 해결해나가는 시간으로 역량을 주로 검증하는 시간이다.


아무튼 어제는 주로 핏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고민이 산발적으로 많아 보여서 일단 요즘 고민하던 것들을 마구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들어보니 주로 Why?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것을 어려워하는 듯했다. Why 질문이라 하면 Why Consulting, Why Me 등 지원자가 왜 이 직종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반대로 회사는 왜 지원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답하는 것이다.


우선 그 친구가 Why Consulting에 대한 답안을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들어보았다. 주된 논지는 1) 본인은 많은 역할과 권한이 주어지는 환경을 선호하며 2) 그 중에서도 사회적 임팩트가 큰 일을 하고 싶은데 3) 사회적 임팩트가 큰 일은 주로 대기업에서 할 수 있으나 4) 대기업 신입사원은 사실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므로 5) 주니어 연차부터 대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나름의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컨설팅펌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면서 약간 다른 방향을 제안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 친구라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답변이었다. 개인적으로 지원 동기에 대한 질문은 답변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컨설팅의 경우 지원할 만한 이유 자체가 다소 뻔하다. 친구가 말한 것처럼 주니어 때부터 많은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마 대졸 지원자라면 80% 이상은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답변 자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실제로 내가 많은 역할과 권한이 부여되는 부담스러운 환경을 원하고 잘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명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나온 삶에서의 중요한 ‘선택’들을 언급하고 이들의 공통적인 특질이 컨설팅 펌에서 요구하는 자질과 부합한다고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대기업 인턴과 스타트업 인턴 기회가 동시에 있었는데 스타트업 인턴을 선택했다던지, 스타트업 인턴을 하면서도 주어지는 업무만 받아서 해도 되지만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노력해서 정직원 PM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던지 등등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학생이니까 사회적으로 혹은 정량적으로 대단한 성과를 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더라도 그 당시의 삶에서는 이런저런 중요한 결정들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 결정들을 모아서 이러저러한 공통점을 뽑아내어 나를 설명하는 것이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근거를 대야 설득력이 있다는 말과 같다.


한편 Why Me에 대해서는 조금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먼저 들어보니 어려워하는 이유는 컨설팅은 똑똑한 사람을 원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막연하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방향을 조금 바꿔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싶었다. 일단 컨설팅 펌이 똑똑한 지원자를 원하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그것은 주로 핏이 아닌 케이스 인터뷰에서 검증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핏에서 ‘나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이유는 무엇입니다’ 라고 말하는 자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우선 컨설팅 펌에서 원하는 자질을 조금 더 해체해서 볼 필요가 있다. 똑똑함이라는 단어는 조금 추상적이다. 이를 조금 나눠보면 정보를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역량,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역량, 처음 접하는 유형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본인의 지난 삶의 선택과 경험들이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역량을 포인트로 잡으면 좋을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답은 뻔하지만 근거를 매력적으로 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매력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지원자의 지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하나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답변의 형식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생각에는 똑똑한 지원자라는 인상은 형식에서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컨설팅의 경우 특히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핏 인터뷰이지만 내용을 구조적으로 잘 구성해서 말하면 훨씬 더 매력적인 지원자로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예상 답변을 미리 써두고 달달 외우는 것은 위험하다. 질문이 취지는 같아도 방향이 약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해체해서 재구성한 뒤 답변해야 하는데 외운 지원자는 이럴 역량이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케이스가 아니라 핏도 이렇게 저렇게 여러 버전으로 정리해서 말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마치고 나니 1시간 반정도가 지나 있었다. 결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차피 뻔한 답을 매력적인 근거로 설득해야 하며, 매력적인 근거는 개인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유형마다 원하는 자질은 지원 공고에 보통 써두기도 하며, 컨설팅같이 너무 오랜 기간 많은 정보가 노출된 업종은 사실 무엇을 원하는지가 뻔하다. 그래서 답은 뻔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맞는지 설명하는 스토리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또한 대단한 성과가 좋은 스토리는 아니다. 삶에서 내렸던 선택들을 잘 풀고 엮어서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만들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똑똑한(~=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어필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 똑똑해요’는 조금 징그럽지 않나 싶다 ㅎㅎ


고민도 걱정도 많아 보이는 것이 4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하나의 정답을 원하고 명확한 점수를 원하며, 그래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얘기는 빠져 있는 것은 지금까지 도와준 많은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는 순간부터는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친구도 자기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충분히 들여다보고, 매력적인 답을 끝내 찾아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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