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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 감상

내 할일만 잘해도 상위권은 간다

by 빌베리

최근 2주 동안은 성실하지 못했다. 오전 루틴인 운동-영어-글쓰기를 안하거나 느즈막이 시작하는 날이 많았다. 이번 주부터 다시 루틴을 지켜보려고 하는 중인데 힘들다. 역시 어렵게 만든 관성은 한번 깨지면 다시 만들기는 더 어렵다. 아무쪼록 실컷 게을렀던 만큼 이제 다시 생산적인 방향으로 쌓아가 보아야겠다.


각설하고 왜 게을렀냐고 하면 두 가지 때문이다. 롤토체스에 2주간 40시간을 쏟았고 피의 게임은 시즌 3 공개분을 하루만에 다 보고 시즌 2로 넘어가서 아직도 보고 있다. 그리고 두 콘텐츠의 공통 키워드는 ‘경쟁’이다. 그렇다. 나는 경쟁을 하거나 보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내기 하면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고3 때 수능 모의고사 성적으로도 삭발 내기를 했다 (한판 져서 시원하게 밀고 다음 판 이겨서 친구도 사이좋게 밀었다). 경쟁은 다양한 재미를 주지만 이겼을 때의 쾌감이 역시 1순위다. 그래서 경쟁 상황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승률이 높을지 그때그때 많은 고민을 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 플레이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타인의 액션이 나의 결과에 딱히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까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같은 것이 그렇다. 혹은 사업의 경우에도 대부분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경쟁사가 눈에 밟히고 어떻게든 더 잘하거나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의식한다고 해서 달리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과하게 의식하면 생뚱맞은 수를 내서 낭패를 보기 쉽다고 생각한다. 슬램덩크에서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 인용해본다:


“묘수란 상대방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래서 대부분의 경쟁에서는 오히려 경쟁 상황이라는 자각과 압박감을 최대한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동시에 이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종종 이를 망각하고 상황을 100%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앞서 밝혔듯 최근에 피의 게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리고 어릴 때 비슷한 결의 생존 경쟁 프로그램으로 <더 지니어스>도 재밌게 봤고 최근에는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도 정말 두근거리며 보았다. 더 지니어스 1편이 2013년에 나왔으니 벌써 만으로 11년이 넘었다. 그런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결같이 보이는 장면이 있다. 바로 ‘필승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본인 혹은 본인이 속한 팀이 100% 이길 수 있는 ‘묘수’를 찾으려는 모습은 10년이 넘어도 한결같이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다만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환경에서의 경쟁은 본인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면 피의 게임과 같은 서바이벌류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이 주어진 환경에 변화를 일으킨다. 미로에서 길찾기 게임이라면 내 길을 상대방이 막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여전히 게임 시작과 동시에 하나의 ‘필승법’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상대방이 무슨 수를 둘지 예측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주로 이렇게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쟁은 롤토체스와 같은 게임에서만 해봤는데, 많은 경우 졌을 때는 상황에 유동적으로 반응하지 못해서 졌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처음 정한 방향성을 고수했던 것이다.


아무튼 경쟁 콘텐츠를 많이 보다가 든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스스로를 잃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변화하는 환경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너무 당연한 내용이지만 경쟁의 압박감이 닥쳐 오면 무의식중에 놓치거나 매몰되기 쉽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한번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으니만큼, 앞으로 사업을 해나가면서는 종종 다시 찾아와서 읽으며 마음을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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