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줄 모르기에 만들기 전부터 팔아야 한다
새해 들어 스타트업 창업으로 방향성을 정하고 '시작'을 위해 발버둥치는 중이다. 뭐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는데 만나주신 분들과 유튜브(주로 Y Combinator 채널) 영상 덕분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대충 윤곽이 잡히고 있다.
현재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2가지이다:
1) 사업 아이디어와 이를 최소 단위로 검증할 파일럿 프로젝트 기획
2)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 공동 창업자 섭외
나는 문과 출신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기존보다 유의미하게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최소 단위로라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노코드며 AI 툴들이며 써서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그럼 별로인 제품들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생각보다 막막하다. 아직 내세울 성과가 없는데 나랑 같이 창업하자고 말하는 것이 맞나 싶다. 더욱이 학생 때는 학점 좀 덜 열심히 챙기는 정도의 기회비용이라 크지 않았는데, 만 29세는 그렇지 않다. 요즘 많은 내 친구들의 관심사는 결혼이다. 그리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위해 안정된 커리어를 지키길 바란다.
그리고 애초에 초기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엔지니어가 주변에 많지 않기도 하다. 하필 외고-문과를 나온 바람에 순수 개발자는 주변에 많지 않다. 했던 동아리가 데이터 분석 쪽이라 그쪽은 좀 있지만, 아직 분석할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그들과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
그래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인 사업 기회 발굴과 분석을 해보고 있다. 말이 되는 사업, 가슴이 뛰는 기회를 찾아내서 제안하는 것. 그것박에 없다. 이외에는 나라는 사람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일텐데, 단기간에 나라는 사람의 매력도를 높일 방법은 없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고.
사업 기회 발굴도 쉽지 않다. 세상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살기 좋은 것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보려고 하니 선명하게 보이는 문제들도 많다. 그 중에서 어떤 문제가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이면서 풀었을 때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문제인지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다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2가지 기준이 생겼다:
1) 매우 좁고 구체적인 문제 (예: 미용실 방문 시 디자이너와 고객 간 소통의 어려움과 불편함)
2) 그렇지만 확장성 있는 시장 (예: 온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종합 이커머스로)
3) 만들기 어려운 제품 (예: B2C 앱은 하지 않기로)
우선 매우 좁고 구체적인 문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직관적이다. 그래야 뾰족하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가치 혹은 비전만 가지고 시작할 수는 없다. 특히 나는 만들 사람이 아니고 팔 사람인데, 이래서는 공동 창업자에게 이 아이템을 팔 수가 없다.
한편 생각해봤을때 만들기 쉽지 않은 제품을 하는게 맞겠다 싶었다. 조금 다른 길로는 '잘'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 있을 텐데, 나는 'v1.0'을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 만들기만 한다면 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배달앱을 새로 만든다고 하면 배민이나 쿠팡이츠보다 훨씬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탈모 치료제는 만들기만 하면 성공이다.
그래서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지만, 만들 수 있는 '각'이 보이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각'은 보통 기술의 발전을 통해 보이게 된다. 예전의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해진 그런 것. 그런 문제 하나가 딱 보이면 마음이 넉넉하니 참 좋을텐데 싶다 ㅎㅎ
아무튼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솔직히 조금 막막하기는 하다. 정말 뾰족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수 있을까. 살 사람(이면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오랜만에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어렵고 힘든 만큼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열심히 해볼 테니 어떻게든 풀려서 '시작'을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