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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때문이 아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 문제

by 빌베리

예전부터 인류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발명, 활용해 왔다. 지식 공유를 위한 종이와 펜, 수렵 채집을 위한 화살과 그물망, 농사를 위한 낫과 쟁기 등등. 인간은 항상 더 빨리, 많이, 편하게 생산하기를 원했고 결국 해냈다.


PC의 대중화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가속화된 2000년대 이후에는 지식 노동자의 숫자와 비중이 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들을 위한 생산성 도구가 쏟아져 나왔다. 디자인과 개발 등 소프트웨어 생산을 돕는 도구(Figma, Github, Cursor),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Slack), 정보의 저장과 공유를 용이하게 하는 도구(Notion) 등 다양하다.


위에는 협업을 중심으로 한 도구들을 나열했지만,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주로 목표하는 도구도 많다. 노트 앱(에버노트, 옵시디언 등), To-do list 앱 (너무 많다), 습관 트래킹 앱 (역시 너무 많다), 알람 앱 (알라미 등). 지금까지 열거한 앱들은 그 중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도구들이고, 생산성 카테고리는 정말이지 다양하고 세분화된 솔루션들로 가득하다.


일할 때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먼저 언급한 협업 생산성 도구들은 이제 정말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마저 든다. 디자이너도 아니고 직접 쓸 일도 없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이 피그마 없이 각자 컴퓨터에서 포토샵이나 PPT에 작업해서 이메일로 매번 주고받는 건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한편 올해는 혼자 일하고 있는 만큼 개인 생산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져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개인 생산성 도구들도 잘 활용하시는 분들은 정말 큰 효용을 느끼시는 것 같다. 최근 유행했던 '세컨드 브레인'을 구동하기 위한 노션 템플릿이 150,000원에 팔리는 것을 봤을 정도니까.


그렇지만 개인 생산성 도구는 협업 생산성 도구처럼 '혁신적인' 혹은 '없으면 안되는' 느낌은 아니다. 잘 사용하면 물론 안쓰는 것보다 좋겠지만, 쓴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작업 혹은 삶의 질이 바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몇번 쓰다가 말거나, 유료 결제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일례로 노트 앱은 4~5가지를 써 봤지만, 지금은 샘 알트만식 미니 종이 노트에 정착했다.


도구들의 완성도나 마감새가 별로여서 그런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 생산성 분야는 앱스토어를 찾아보면 무수히 많은 제작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등장 전부터 오랜 시간 존재했던 시장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동안의 치열한 경쟁은 분명 최선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끝에 개인 생산성 시장은 애초에 문제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 비효율적이거나, 잘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 (수많은 내면의 번뇌 속에서) 안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뭔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효율이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고, 크지 않다.항상 아쉬운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지 않고 보내버린 시간이다. 이럴 때는 쉬는 것 같지도 않고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마음의 문제이다. 또한 이런 마음 상태에 머물고 있는 동안은 메모 앱이건 투두 리스트 앱이건 일기장이건 어차피 쓰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한 뒤에야 겨우 다시 궤도에 올라오는 경우도 많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슬럼프, 번아웃, 무기력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한편, 개인 생산성 관리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인간은 크건 작건 조직에 '피고용인으로' 속해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는 누군가 내게 맡겨준 일을, 기존의 시스템에 따라 처리하면 됐다. 특히 보상 구조가 다소 경직된 조직들이 많았기에, 잘하던 못하던 그냥 일단 마감일까지 어떻게든 하면 됐다. 또한 월급을 받았기에 의무감이 뭐라도 하게 도와줬다.


하지만 점차 성과 중심적인 구조로 개편되는 기업과 조직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생산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AI의 발전으로 많은 업무들이 자동화되면서, 기업과 조직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인 기업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1인 기업(혹은 프리랜서, 예술가, 연구자)은 시스템이나 가이드라인을 누가 던져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동기와 생산성을 잘 관리해야만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위와 같은 내러티브에 꽤나 흥미가 생겼고, 직접 해결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어떻게 하면 압도감과 무기력감 속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다음 글에 이어서)



* 관련한 코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로 만들어볼 예정이지만, 일단 제가 직접 1:1로 코칭 경험을 쌓으며 노하우를 익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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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맥킨지라는 전략 컨설팅 펌에서, 이후에는 AI 스타트업에서 사업 리드로 일했습니다. 감정형(<>이성형)이면서 분석적인 성향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다른 이들의 마음을 돕는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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