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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은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

언러닝(Unlearning)의 중요성

by 빌베리

앞선 글에서 개인 생산성 관리 측면에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 문제'라고 얘기했다.

지난 글: https://brunch.co.kr/@kimshin1413/48


해야할 일을 안하는 것의 원인은 다양하다. 게을러서 일수도, 막상 중요한 일이 아님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했을수도, 다른 일에 빠져버렸을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들에 해당되는 경우, 해결할 필요가 없거나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다른 한 가지 이유로 '완벽주의'가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동기와 의욕, 심지어 역량까지 충분한 경우에도 우선순위 할일을 미룬다. 오히려 1순위 일을 미루고 2순위, 3순위 일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일때도 많다. 또한 이들은 미루는 시간에 다른 행복을 찾지 못한다.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릴스나 쇼츠에 탐닉하거나, 장기화된 경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압박감, 조급함, 불안감이 이들이 느끼는 주요한 정서이다.


나는 완벽주의자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우선 스스로의 완벽주의적 성향과 그 부작용을 어느 때보다 체감하고 있는 시기였다. 혼자서 막 창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마일스톤, 시스템, 가이드가 없는 상태, 반대로 말하면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상태였다.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일을 선택했고, 분명 완전히 전념할 것이라 생각했다. 예전 맥킨지 다니던 시절보다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 다짐했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침잠했다. 맥킨지는 커녕 9 to 6 정도도 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아니 아예 침대에서 나오기 싫은 날도 무수했다. 특히 어떤 프로젝트던 구상 단계보다는 실행 단계가 임박했을 때 증상은 심해졌다. 마음에 몸이 잡아먹힌 기분이었다. 몸이 무겁고, 일어나고 싶지 않았으며, 그렇지만 뭐라도 빨리 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나를 지배했다.


그러던 중 나만 그런 것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어느 날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완벽주의 코칭(무료)'을 해주겠다는 포스팅을 서울대 커뮤니티와 당근에 올려보았다. 노출 수가 수십~수백에 불과했을 것이라 생각되는 와중,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첫날 신청을 해주었다. 그리고 5일간 총 30명 가까운 인원이 신청해서 졸지에 나는 코치가 되었다. 코칭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일화는 다음 번에 좀더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결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과거에 성공을 가져다주었으나,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마인드셋'이 문제다.


예를 들면 벼락치기가 있다. 참여자 중 다수가 벼락치기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의 어떤 시기(입시, 학점, 취업 등) 동안은 유효했고, 적어도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벼락치기를 해서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벼락치기를 했음에도 성공하기는 했다. 한편, 벼락치기는 꽤나 시간-효율적으로 여겨지는(딴짓을 실컷 하고도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냈으니) 방법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 환경이 바뀌었다. 대학원생(특히 박사과정)의 경우, 졸업 논문 작성이 가장 큰 프로젝트다. 그런데 거의 누구도 가이드나 마일스톤을 정해주지 않는다. 벼락치기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자기만의 데드라인을 만들어볼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방법은 이미 통하지 않는다. 사회가 정한, 반드시 해야만 하는,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칭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러한 생각 -과거에는 생산적이었지만 지금은 소모적인- 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은 소모적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묻고 참여자가 동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그 생각의 관성을 끊어낼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 (= 목표, 계획, 환경)을 함께 수립한다. 이렇게 해야 단순히 좋다는 습관, 루틴, 동기부여 수준이 아닌 본인에게 맞는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


돌아보니 다양한 창업 영상들에서 언러닝(Unlearning)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업의 국면(Phase)은 계속 변화하고, 각 국면에 적합한 성공의 방식은 늘 다르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기존의 성공 방식은 잊어버리고 변화한 환경에 맞는 성공 방식을 새롭게 찾아내야 한다는 취지다. 내가 하는 코칭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바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소모적인 생각/마인드셋의 경우 일반적으로 후천적으로 학습된, 인위된 무언가이기에 언러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러닝은 아주 괴롭고 쉽게 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힘만으로 환골탈태 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지속적으로 불편하지만 직면해야할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줘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일하지도 쉬지도 않는 불편한 골짜기를 줄여나가는 첫 걸음은 언러닝이고, 나는 그것을 돕고자 한다.



* 관련한 코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로 만들어볼 예정이지만, 일단 제가 직접 1:1로 코칭 경험을 쌓으며 노하우를 익히는 중입니다.

* 6월까지는 서울대 학생들 및 관악구민 대상으로만 홍보 후 30여명과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6월 말 기준 약 100회 가량의 세션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 관심이 있으시다면 kimshin1413@gmail.com 으로 메일 문의 주세요. 1~2줄로 코칭받고 싶은 목표와 스스로 느끼시는 문제를 서술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후 저와 10분정도 상담을 진행합니다.

* 저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맥킨지라는 전략 컨설팅 펌에서, 이후에는 AI 스타트업에서 사업 리드로 일했습니다. 감정형(<>이성형)이면서 분석적인 성향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다른 이들의 마음을 돕는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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