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먼저 바꿔야 마음가짐이 바뀐다
어릴 때부터 동기부여 콘텐츠를 참 좋아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중학교 때 읽었던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라는 책이다. 저자가 학창 시절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독하게 공부해서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프린스턴 대학교로 진학했다는 이야기이다. 이후로 다시 펼쳐본 적은 없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구절이 있다. '(시험을 마치고서는) 9시간 동안이나 숙면을 취하며 밀린 피로를 풀었다'라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이유는 거부감 때문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주말이면 거의 항상 9시간씩 잤기 때문이다. 그래서 9시간을 잔 것이 엄청나게 유별난 일인 것처럼 서술한 대목이 개인적으로 괜히 마음에 안들었던 것 같다.
이후로도 힘들 때면, 특히 뭔가를 '안해서' 마음이 힘들 때면 동기부여 콘텐츠를 찾았다. 마치 마음 연료 탱크에 주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강연자들이 전하는 메세지들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강연자마다의 사연이 달랐기에 위로받는 감정은 매번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람도 저렇게 힘든 시절이 있었지'. 그러고 나면 힘든 시절을 죽기살기로 노력해서 극복했다는 얘기가 항상 따라왔다.
대학 입학 이후로는 줄곧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공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창업자들의 강연/인터뷰 영상을 수도 없이 봤다 (EO, Y combinator 영상은 정말 거의 다, 총 300개는 넘게 봤다). 대부분은 수없이 실패하다 마침내 한 줄기 빛을 찾았다는 내용이고,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엄청난 노력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주 100시간 근무'를 필두로, 창업 성공기 콘텐츠에는 '얼마나 고생했고 치열했는지' 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생각해 보면 동기부여 콘텐츠는 늘 '일시적 자극'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보고 난 직후에는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열심히 해봐야지' 마음먹지만, 실제로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적은 거의 없다. 보통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내일이 되면 어제의 자극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기 때문이다.
(* 오늘은 글의 흐름 상 동기부여 영상 & 성공 스토리들이 주로 '열심히'를 강조한다고 서술했지만, 구체적인 '성공의 노하우'를 말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실로 돌아와 요즘 할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료로 코칭 세션을 열어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과 만나 사연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도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다. 바로 동기가 부족한 분들이다. 예를 들면 '본업에 흥미를 잃어 부업이나 유학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열정적으로 하게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다. 이러한 분들은 우선 구조적으로 동기(=해야할 이유)가 강하지 않다. 언제든 본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막다른 길에서 당장은 하나의 길에만 매진하고 있는 도중, 슬럼프를 겪으시는 분들도 있다. 혹은 장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로 무기력한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해드리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전자는 동기는 충분한데 스스로 부담감을 크게 느끼면서 번아웃 혹은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이고, 후자는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심히, 꾸준히, 당장 하면 반드시 빛을 발하게 될 겁니다'는 말은 공허하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보통 '뭔가 해야할 것 같은데 하지 않고 있을 때', '동기부여'를 찾는다. 그렇지만 '동기부여'는 해답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 열심히 자극받고 다음날이 되면 까먹는다. 혹은 작심삼일 정도 열심히 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동기부여 보다 더 좋은 답은 부정적인 혹은 무기력한 흐름을 끊어낼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지쳐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오버워킹 하는 사람은 잠시 야근을 중단하고 스스로를 리프레쉬 하도록, 내방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사람은 하루 30분씩 산책을, 눈앞의 할일이 너무 막연하고 거대해서 압도감을 느끼는 경우 제일 쉬운 것부터 하루 1시간씩만 하도록.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거나, 기운이 나거나, 할만 해 보이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위에서 서술한 '행동의 변화를 돕는' 것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막연하고 무기력할 때도 많다. 어떻게 보면 '엄마의 잔소리'를 제품화하는 과정인 것인데, 이것을 체계적으로 제품화한 사례는 보지 못한 것 같아서 막막하다.
예전 같았으면 막막한 감정이 밀려오면 나랑 비슷한 사연이 있는 창업자의 영상을 10개는 찾아봤을 것이다.
그러면 마음의 위로는 얻었겠지만 다시 페이스를 회복하는 데 한참이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뭘 보기보다는 쓴다. 막연함을 구체화하는 데는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치만 매번 EO 영상을 틀려고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땐 누가 '일단 쓰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ㅎㅎ)
* 관련한 코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로 만들어볼 예정이지만, 일단 제가 직접 1:1로 코칭 경험을 쌓으며 노하우를 익히는 중입니다.
* 6월까지는 서울대 학생들 및 관악구민 대상으로만 홍보 후 30여명과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6월 말 기준 약 100회 가량의 세션을 진행한 상태입니다.
* 관심이 있으시다면 kimshin1413@gmail.com 으로 메일 문의 주세요. 1~2줄로 코칭받고 싶은 목표와 스스로 느끼시는 문제를 서술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후 저와 10분정도 상담을 진행합니다.
* 저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맥킨지라는 전략 컨설팅 펌에서, 이후에는 AI 스타트업에서 사업 리드로 일했습니다. 감정형(<>이성형)이면서 분석적인 성향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다른 이들의 마음을 돕는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