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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Make some..

by 뽕호

Keep the noise


요즘은 웬만한 이어폰에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되어 나온다.

생활소음이나 화이트노이즈 등 불필요한 소리를 기계적인 방식으로 없애주기 때문에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사용하는 기능이지만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은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20대 때는 나도 세상과 스스로 단절되기 위해 커다란 헤드셋으로 귀를 가렸고 커다란 음악소리로 세상을 가렸다. 시끄러운 음악을 통해 이 세상에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듯한 해방감을 즐기고, 정처 없이 가다 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자유가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상 밖은 너무나 위험했고, 나는 아주 나약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자유가 아니라 속박이었다. 노이즈는 너무 멀리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사슬이다.


살면서 지나치는 노이즈들


현대사회에 살면서 듣는 대부분의 소리는 소음이다. 아파트 층간소음, 자동차 경적소리, 지하철의 누군가 떠드는 소리. 세상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화이트노이즈도 있지만 마음을 거슬리게 만드는 노이즈도 수없이 많다.

가장 듣기 싫은 노이즈는 잔소리이다. 잔소리가 잔소리인 이유는 내 생각과 의견이 다르거나 나에게 불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반복해서 듣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적 피로를 유발한다. 특히 가족끼리의 잔소리는 특정 상황만 되면 매번 듣게 되는데 언제나 드는 생각은 '지금 꼭 그 얘기를 해야 되나'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잔소리라도 듣고 싶지 않다면 노이즈인 것이다. 그러나 듣기 싫다고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노이즈를 지나치지 않고 한번 더 귀 기울여 듣는다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까.



일부러 찾는 노이즈


보통 노이즈를 방해되는 요소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노이즈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공허한 우주와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우주조차 수많은 노이즈와 우주먼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만약 우주가 완벽한 무(無)의 공간이었다면 우리는 우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노이즈는 매우 중요한 정보 전달 매개체인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부러 노이즈를 찾기도 한다. ASMR이나 백색소음도 노이즈의 일종이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발길 닿은 곳에서 느끼는 자연의 바람소리, 냇가의 물 흐르는 소리, 새벽부터 지저귀는 새소리가 나에게는 편안한 안식처와 같은 느낌을 준다. 노이즈가 잔뜩 낀 옛 사진이나 LP판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EDM, 즉 일렉트로닉 음악은 대부분 노이즈로 만들어진다. 인위적으로 노이즈를 이용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Make some noise


노이즈는 살면서 불필요한 방해요소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서로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나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노이즈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 속에 속해있다는 증거이고, 노이즈는 우리의 삶을 대신 기록해 준다. 중요한 것은 노이즈가 언제나 우리 삶의 곁에 있고 그것이 완벽한 ‘무음’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나지막이 외친다. Make some noise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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