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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뽕호

영화

어렸을 땐 부모님께서 맞벌이로 집을 비우시는 경우가 많았다. 동생과 집을 보면서 우리가 유일하게 같이 즐길 수 있었던 취미는 VCR로 보는 영화였다. 요즘은 비디오테이프란 말도 생소하지만 그 당시에는 비디오 대여점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여점에서 빌려볼 수 있었던 어린이 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던 기억에, 지금도 영화를 가장 집중해서 즐기는 듯하다. 지금처럼 심의나 연령별 관람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용 영화도 어렵지 않게 빌려 볼 수 있었다. 터미네이터의 충격적인 장면이나 에일리언 시리즈의 무서웠던 장면은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나는 영화감수성이 매우 풍부하다. 주인공에 몰입해서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거나 쉽게 공감한다.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다가 울고 있으면 같이 간 사람들이 눈치를 주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슬픈 영화는 특히 혼자 보는 편이다. 요즘에야 혼자 영화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혼자 영화를 보러 가면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마치 영화관에 가는 것을 사교생활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지금은 OTT나 VOD 등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누군가와 같이 보는 시간도 즐겁고 소중하지만 혼자만의 영화관을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이런 단어 자체가 멀게 느껴진다. 물론 지금도 TV를 통해 볼 수는 있지만 예전만큼 챙겨보는 것은 아니다. OTT나 VOD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는 다음화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즐겁게 느껴졌다. 정말 재밌는 드라마 시리즈가 방영중일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드라마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다양한 장르와 화려한 효과가 더해진 드라마가 끊임없이 나온다. 골라 볼 수 있는 점이 물론 좋긴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긴 러닝타임과 자극적인 내용은 점점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이상하게 드라마는 아주 재밌게 봤더라도 영화와 다르게 두 번 세 번 다시 보진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 자체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이라는 말과 같이 볼 건 많고 시간은 점점 아까워지는 탓에 긴 호흡을 가지고 봐야 하는 드라마도 이제는 1.5배속으로 보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OTT사들 덕분에 퀄리티가 높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선택지가 많아져서 좋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는다.




소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세상에 정말 많은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능력과 다르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은 타고나야 되는 듯하다. 소설이 좋은 점은 그 상상력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장르의 소설을 가장 많이 읽는데, 가끔 실사화되는 작품들을 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원작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글을 읽고 있으면 단어나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묘하게 안정감이 든다. 글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넘어가면 돌아와서 다시 읽는 경우도 생기지만 글을 읽는 시간이 좋다. 글을 보는 시간이 좋다. 어쩌면 그 여유 자체가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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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해야 하지만 가장 가까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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