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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변 May 25. 2021

상표 등록, 꼭 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랜드&법 이야기 ②: 상호 vs 상표

창업의 시대다. 어차피 우리 삶의 마지막은 돌고 돌아 치킨집 대표님이라고 했던가. 우리 로펌을 방문하는 의뢰인분들의 비율을 보더라도, 스타트업이나 프랜차이즈의 대표님들이 꾸준히 많다. (모두 존경합니다!!)


창업의 첫 단계: 회사 이름 짓기

그러면 창업을 위한 첫 단계는 뭘까. 아마도 회사의 ‘이름’을 정하는 것. 안 해 본 사람은 이 고통을 모른다. ‘이거 좋은데!’ 싶으면 이미 선점한 사람이 있고, ‘이거 힙한데!’ 싶으면 너무 어렵거나 길고, ‘이거 괜찮나?’ 싶으면 동업자 중 누군가는 한 마디 한다. “그거 너무 뻔해요” 


모두가 지쳐 갈 무렵 “제발 이제 눈높이 좀 낮추죠!”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우리 이름 정하다 시간 다 보내는 거 아냐?”라는 자책성 발언이 나올 때에 이르러서야, 살아남은 후보들 중 그나마(?) 나은 후보를 가려내기 시작한다. 모두의 체력이 다 소진될 무렵 회사의 이름은 드디어 낙찰되고, “자! 이제 이 이름에 정을 붙이고 소중히 키워갑시다~~! 꽝꽝!” 이렇게 새로운 회사의 싹은 곳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꼭 성공하게 해주세요! ⓒEloise Ambursley on Unsplash

어렵게 회사의 이름을 정하고 나면, 다음으로 할 일은 회사 이름 등기하기!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때 등기되는 ‘회사의 이름’이 바로 법률 용어로 ‘상호’ 되시겠다. 즉, 회사의 이름=상호다.

 

회사의 이름 = 상호

회사 이름이 등기되면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회사 업무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즈음, 창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 있다. 

‘상호 등기는 잘 했으니까, 이제 회사 이름에 관해서는 할 일 다 한 거겠지?’

‘누군가는 상표 등록도 해야 한다던데… 그건 당장 안 해도 되겠지?’ 


답을 얻기 위해, 먼저 ‘상호’와 ‘상표’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상호’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회사의 이름’이다. ‘주식회사 카카오’, ‘주식회사 LG’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다. 사람의 이름이 그렇듯 문자로 표기할 수 있어야 상호로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상품의 이름 = 상표

그럼 ‘상표’는? 상표는 회사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상품의 이름’이다. ‘카카오톡’이나 ‘그램’ 같은 것. 상표는 문자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로고의 형태로 된 것도 있고(예: 나이키의 로고), 캐릭터(예: 카카오의 라이언)나 색채(예: 하리보의 금색)로 이뤄지기도 한다. 

나이키와 하리보의 상표 ⓒAles Nesetril on Unsplash, https://www.haribo.com

최근에는 상호와 상표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그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회사의 대표 상품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그 상표가 회사의 상호를 대체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 카카오는 처음부터 카카오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주식회사 카카오의 예전 상호는 ‘주식회사 아이위랩’.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가 성공하자 회사의 이름도 주식회사 카카오로 바꿨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예도 들어보자. 같은 주거 관련 플랫폼이지만, ‘직방’ 서비스의 상호는 ‘주식회사 직방’이다. 반면, ‘다방’ 서비스의 상호는 ‘주식회사 스테이션 3’다. 결국 상호와 상표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상표 등록, 꼭 해야 할까?

그러면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제야 돌아왔다!) 상호 등기를 했더라도 상표 등록이 꼭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먼저 상호와 상표의 차이와 특징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상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요건만 갖추어 신고하면 등기가 된다(즉, 상호 등기에는 심사가 필요치 않다). 

② 같은 동네에 같은 이름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등기할 수 있다(즉, 부산에 ‘꼬꼬브’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더라도 나는 서울에서 ‘꼬꼬브’라는 이름을 등기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단, 유명한 상호의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③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용을 배제하는 힘이 없다(즉, 같은 이름의 다른 회사가 존재할 수 있다. 단, 유명한 상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상호와 상표 ⓒBrett Jordan on Unsplash

반면 상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등록하려면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② 전국적인 범위에서 효력이 있다(즉, 내가 ‘꼬꼬브’라는 상표를 서울에서 출원·등록했다면, 부산에 있는 누군가도 ‘꼬꼬브’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③ 동일한 상표는 물론, 유사한 범위의 상표도 배제하는 힘이 있다(즉, 내가 ‘꼬꼬브’라는 상표를 등록하면, 다른 누군가는 ‘꼬꼬부’라는 상표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호는 상표보다 등기하기 쉽지만, 대신에 보호되는 권리 범위는 상표보다 좁다. 즉, 상표는 상호보다 대체로 힘이 세다. 상호가 등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표권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내가 먼저 ‘꼬꼬브’라는 상호를 생각해내고, 상호 등기를 해서 몇 년 간 잘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꼬꼬브’의 상표를 먼저 등록해 버린다면,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황당한 항의를 받게 될 수 있다. 

‘저기요! 꼬꼬브는 저만 쓸 수 있는 이름이에요! 계속 이런 식이면 고소합니다~!’    

그리고 이 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사람은, 안타깝게도 상표를 먼저 등록한 사람이다.


기가 막힌 회사 이름을 생각해 냈다면!

그러니 만일 당신이 너무나도 근사하고 멋지고 유니크한 회사의 이름을 생각해 냈고 등기도 했다면, 그래서 그 이름을 당신의 회사만 독점하고 싶다면, 나아가 우리나라에 그 이름과 비스무리한 이름의 회사나 브랜드도 없기를 바란다면, 그때에는 상표 등록을 꼭 떠올려 보기 바란다! 


(아, 벌써 글이 여기까지 왔네!) 다음 글에서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상표를 두고 벌어졌던 브랜드 간의 대전쟁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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