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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May 08. 2019

잊을만하면 미얀마. 하나

낯선 곳의 첫 디딤

그동안 많이는 아니어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오래 기억되는 곳이 있다.

미얀마가 그런 곳이다.


그곳을 다녀온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안녕하세요’를 미얀마어로 기억한다.(약간 느끼하게 쩨~즈바)

사실 많이 가봄직한 나라들을 제쳐두고 미얀마를 선택한 건, 인스타에서 본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삘이 꽂혀서 가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하니 혼자 가면 위험하다며 작은언니가 동행했다.(정말 괜찮았는데..)

어쨌든 우리는 일주일의 짧은 여행기간 때문에 두 곳에만 머물렀고, 국제공항이 있는 양곤과 여행의 거의 주를 이룬 바간을 다녀왔다.


2017년 9월 28일 목요일

추석 연휴기간이지만 저녁 비행기라 느긋하게 출발했다. 느긋하게 출발해서였을까 이미 공항에는 티켓팅 하려고 줄 선 사람들로 넘쳐났다. 기본 1-2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똑똑한 척 웹 체크인을 했지만, 비자가 필요한 미얀마는 웹체크인을 해도 바로 출국할 수 없다는 사실.. 하하.

그래도 웹체크인용 라인에서 20분 내로 기다렸다가 티켓 받고 들어갔다.


게이트 앞에만 가도 이 곳이 미얀마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비행기가 뜨고 사육(기내식)을 당하고 영화도 보고 하다 보니 미얀마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


저녁 열시 반쯤 도착했는데, 입국심사는 한 30분 걸렸다.

이미 늦은 저녁이라 환전소가 닫아버려서 미얀마 화폐인 짯으로 바꿀 수도 없고, 달러밖에 없는 상황에 공기는 텁텁하고, 누군가 마중나온 사람의 상대가 부럽고, 누가 나 좀 안전하게 호텔까지 데려다줬으면 좋겠고.. 흙흙


하지만 낯선 곳에서 나를 구할 왕자는 없었기에 타국 사람들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택시 아저씨들 근처로 가니 갑자기 흥정을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나는 흥정 못하는데 자꾸 뭐라고 말을 하고.. 그냥 영어도 잘 못 알아듣는데 미얀마 사람이 말하는 영어는 더 못 알아듣겠고.. 우리가 달러를 갖고 있다고 하니, 짯으로 바꿔준다고 해놓고는 환율이 훨씬 낮은데 1:1로 바꾸려는 심보를 보고 노! 를 외쳤다.

첫 번째 택시 아저씨는 그렇게 빠이하고 두 번째 아저씨는 어느 정도는 눈감아줄 환율이라 오케이하고 드디어 호텔로 출발.


클로버 시티 센터 플러스 호텔에 도착하니 이 두 번째 아저씨도 잔돈 없다며 100짯 안 줌. 하하.

평소엔 하지도 않는 미국인 제스처를 선보이며 그렇게 몇백원을 줘버리고 이런 곳에 숙소가 있구나 싶을만큼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으로 들어갔다.(다음날 바로 야간 버스 타고 바간으로 떠날 거라 저렴한 곳으로 선택.)

클로버 시티 플러스 호텔 - 내부

1막에 4만원 정도 하는데, 그래도 나름 깨끗했다.

직원분도 친절하고, 본인이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안녕하세요도 하고. 유쾌한 청년 허허


미얀마 화폐 짯(Kyat)

미얀마 화폐 짯(Kyat). 동전이 없이 지폐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지갑이 아주 부자됨을 느꼈다. 하지만 위생이 아주 취약해서 지폐가 굉장히 더럽던.. 여행 내내 손 잘 씻었다는.


짐도 놓고 씻고 하다보니 새벽 2시가 지났고, 이렇게 하루 끝.



2017년 9월 29일 금요일

늦게 도착하느라 유심도 못 사고 그러느라 연락도 못해서 여행 첫 할 일은 유심을 사기로.

아침 10시쯤 나와서 호텔에 짐 맡기고, MPT로 이동.


엄청 덥고 습하고 땀나고 으으.. 말만해도 땀 날 것 같은 기분.

MPT 찾아가는 길에 슐레 파고다(Sule Pagoda)도 보고, 한국 버스들도 보고!

MPT 도착해서 큰 언어장벽을 뚫고 유심을 장착한 뒤 유명하다는 샨누들999로 이동했다.

밀크티, 스티키 닭고기 누들, 돼지고기 누들 스프, 두부 튀김을 시켰는데 맛은 그냥저냥 밀크티가 제일 맛나.


밥을 다 먹고 KBZ 은행으로 환전하러 갔다.

200달러만 우선 바꿨는데, 은행 직원이 실수로 적게 바꿔준걸 아무것도 모르고 돈 세고 있다가 한국말을 아주 조금 할 줄 아는 직원분이 잘못 줬다며 미안하다고..

아뇨..제가 바보인걸요.. 아무튼 직원들의 신기한 눈길을 받으며 은행을 빠져나와 보족 마켓(Bogyoke Aung San Market)으로 이동.


이거 저거 음식도 팔고, 옷도 팔고, 장식품도 팔고, 그림도 팔고 다 팔고.

우리가 이 곳에 간 이유는 론지를 사러.

론지는 미얀마 사람들이 일상복처럼 입는 긴치마같이 생긴건데, 사원에 들어갈 때나 여행 중에 입으려고 언니랑 하나씩 구매했다.(마음에 드는거 찾느라 엄청 돌아다녔지만..)


구경을 어느정도 다 하고 이동한 곳은 바로 건너편 정션시티.

완전 신식 마트? 백화점? 같은 곳이라 에어컨 빵빵해서 진짜 나가기 싫었다.

마켓가서 필요한 칫솔, 물, 미얀마티 사고 밀크티 한 잔 마시고 끝.

마켓이라 부르고 천국이라 읽는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짐을 갖고 바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아웅 망갈라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꽤 일찍 나섰는데 정말 차가 기어갔다.

한국버스 어디가나요

택시로 이동하면서 이런 버스도 봤는데, 범물동이 어딘지..


한 1시간 20분 정도 택시를 타고 아웅 망갈라 버스 터미널(Aung Mingalar Highway Bus)에 도착.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 커서 택시 아저씨 아니었으면 찾아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아웅 망갈라 버스 터미널 내 JJ Express

이 곳은 JJ Express. 한 시간 정도 여유있게 도착했더니 할 일이 없어서 마음을 비우고 미리 준비한 클렌징 워터로 얼굴을 말끔하게 씻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기다렸다.

JJ Express는 미리 한국에서 좌석 예매한 후에 E-Ticket을 출력해 갔고, 보여주면 확인용 스티커를 준다. 한 사람당 19달러였고, 29일 저녁 8시 출발해서 30일 오전 5시 바간 도착 일정이었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서 버스를 타니, 담요와 요깃거를 줬다.

그렇게 장장 9시간을 버스 타고 바간으로!


다음은 바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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