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8일
또 한 해가 지나간다. 어느덧 스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설레지만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나날들을 준비하는 요즘, 가끔은 그 순간들이 전부 너무나도 기묘하게 느껴진다.
내가 아주 사소한 고민을 하며 평안한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어딘가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셀 수 없는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어 하루 하루 생사의 외줄타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
고문, 납치, 감금, 살해, 학대, 성폭력, 기아, 전쟁, 온갖 형태의 가난과 범죄와 폭력...
전무후무한 바이러스 앞에 아스라이 쓰러지는 존재들 역시, 이미 가장 힘겹게 견뎌내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그저 멍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아야 하지만... 이런 아픔에 대해 고민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여유가 있다는 증거라는 걸 알기에 죄스럽고 비통하다.
도대체 부와 빈은 무엇이며 자유와 정의 그리고 국가는 또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나는 과연 결백한가.
내 무지와 무관심이 누군가를 죽이진 않았는가.
그저 운이 좋아 겪지 않는 어둠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의 불행을 그들의 몫으로만 돌리는 나 자신이 나를 자꾸만 무너뜨린다.
2020년 12월 28일, 짧은 글 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