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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l 29. 2021

유재석이 되고 싶은 아이

평균이 되기 위해

 90년대 가요에 푹 빠진 일곱 살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엄마 나는 유재석 아저씨가 될 거야."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보는 아이의 시선에서 진행자 유재석이 멋져 보였던 거다.

"유재석 아저씨처럼 고맙다, 고맙습니다 할 거야."


 sg워너비가 아닌 유재석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건 의외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선 "잘 잤습니다!" 밥을 먹고는 "잘 먹었습니다!" 때로는 "감사합니다!"라고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로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재석은 역시 유재석이구나.



 아이의 대학병원 발달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 전에 선생님은 아이가 산만하다고 지적했는데, 검사지를 보곤 괜찮다 했다.


 지능이 보통 아이들의 평균인 100점보단 낮은 80점 대지만 평균치 안에 들어가 있고, 언어가 더 올라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일반 입학을 권유받았다. 걱정했던 자스도 ADHD도 아니라고 했다. 현재는 경계성 지능이지만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재활병동 앞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 울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눈물이 늘었다. 막막해서 울고, 무서워서 울고, 감동받아서 운다. 오늘은 나 때문에 울었다. 아이를 키운 칠 년의 시간동안 고생했다고 위로 받은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덕분에 조금 인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부모님께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내가 누렸던 모든 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 이룬 것 없이 질투만 부렸던 내가 칭찬과 축하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를 기다려주었고, 아이는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야   앞에서 두려움이 밀려온다. 잠깐 숨을 고르고 성실하고 꿋꿋하게 걸어야겠지, 나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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