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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꼬레 Jun 19. 2024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김미옥 지음

페이스북에서 꽤 유명한 분이라고 하는데, 난 페이스북을 하지 않아서 사전 정보는 없었다.

평소 즐겨 보는 편성준 작가의 브런치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궁금해져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서 몇 주 기다리다가 새책을 처음으로 내가 읽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본인을 활자중독자라고 얘기하듯이,

이 책에서 다루는 책들은 그 종류에 있어서, 작가에 있어서, 내용에 있어서 

경향은 보이지만 경계는 없어 보인다.


동서양, 고전과 현대, 예술과 철학과 과학 이 모든 것들을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독서의 취향이

사실 가장 눈에 띄는 서평집이다.


소개되는 책들이 워낙 많았고, 이 분은 글을 너무 잘 쓰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 와닿는 것들도 심심치 않게 많았지만


난 이 분이 지식에 대한 콤플렉스 같은 게 있지 않나 싶었다.

지식 속에서, 아니지 책들 속에서 겨우 숨을 쉬는 것만 같은 그런 절실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에 잠깐 묘사된 그녀의 가정환경과 오빠들에 대한 구절 때문에 내가 그렇게 넘겨짚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나의 지식과 교양으로 쌓은 벽은 이만큼 두터워서 나의 칙칙한 현실은 그 벽을 

뚫지 못할 거야, 내 벽은 무너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난 안 무너지게 계속해서 그 벽을 쌓을 거야

뭐 이런 의지들이 희미하게 느껴진달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뭐. 아님 말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나면, 

나 역시 10대 시절에 미친 듯이 음악에 빠져든 시절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고달팠던 건 아니지만 여유있는 것도 아니였고 무엇보다 12년간 살아온 고향을 떠나

할머니댁에서 학교를 다니게되어 다소 억압적인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무척 엄격한 외할아버지가 계셨다),

공부도 하기 싫었고 친구들과도 이런저런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다.

어딘가에 빠져들어서 그러한 상황들을 잊고 싶었는데 그것이 음악이어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가득한 팝송과 록음악과 그런 음악들을 틀어주는 라디오 이런 것들에

집착했었고 겨우 용돈을 모아서 CD나 테이프를 사게 되면 정말이지 늘어지도록 들었던 것 같다.

맘에 드는 뮤지션이 있으면 그 뮤지션과 비슷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찾아보고(레코드샵에서, 그때엔

지금 같은 인터넷과 유튜브 세상이 아니니) 집에 어쩌다가 나오는 채널인 채널 V의 뮤직비디오 등에서

새로운 음악들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웬만한 시대의 뮤지션들을 다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에 가서 몇 년간은 음악을 잊고 살다가도 다시 좀 찾아보면 너무나 쉽게

이 음악, 저 음악 이렇게 영역을 넓혀가며 취향을 공고히 했었다. 십대때 소위 '빌드업'을 너무 잘 닦아놔서

그런건지 취향의 확대는, 그게 음악에 있어서는 너무 쉬웠다. 그리고 십 대 시절의 억압에서 벗어나자마자

20대초반의 자유로움 속에서는 다른 신나는 일들이 많아서인지 예전만큼 음악을 찾아 듣지 않게 되었다.


어쨌든 나도 이렇게 어떠한 분야에 깊게 빠져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유가 음악 자체의 즐거움

에 앞서서 현실의 괴로움과 외로움이 그 기저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 느낌이 이 분의 책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찬양까지는 못하겠다.

그냥 아, 책을 사랑하는 분, 글쓰기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우신 분으로 김미옥 작가를 기억하고자 한다.

한때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서평을 남겼던 나의 브런치 독후감에, 실로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책은 읽자마자 서평을 쓰지 않으면 그 느낌을 다 까먹게 된다.

나의 게으름을 반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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