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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제이 Jul 10. 2024

만년 운전초보의 배움 한 가지, 인생도 운전이더라!

초보라면 멈추지 말고 달리는 용기부터

나는 방향치이고 길치이다. 길치에게 운전이란 목숨을 걸 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둘째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운전면허를 따게 되었다. 엄마의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 덕분이었다. 세 아이들과 외출을 한번 하려면 짐이 어마어마한 것을 보고, 내가 살려면 면허를 따야겠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느꼈다.


보통 사람들은 수능 시험이 끝나고 갓 스무 살이 되면 운전 학원부터 다닌다. 나는 면허를 따도 당장 차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굳이 따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대학생 내내 두 발로 어디든 다 걸어 다니며 건강할 수밖에 없는 뚜벅이의 생활로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그러나 20대 말에 운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는 다음에 꼭 공개하겠다!


어쨌든 운전을 안 해서 죽을 뻔한 일을 겪었는데도 바로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 되면 운전면허가 필수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업고 안고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둘이 되면 뒤로 가방 메고 앞으로 아이 업고 유모차 끌고 갈 수 있는 동네까지로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매번 친절한 기사님만 만날 수는 없으니 나도 사람답게 외출하며 살고 싶어서 면허를 땄다.



겁 많은 길치라서 면허를 딴 후 운전 연수를 30시간이나 받았다. 사실 더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시내 운전부터 고속도로 주행, 주차 연습까지 하니 동네 운전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운전 연수 선생님이 보조석에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지만, 혼자 운전하게 되니 다시 용기가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집에서 동네 마트까지 운전하면서 조금씩 다닐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갔다. 신랑이 회식으로 음주를 했던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밤 운전을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옆 도시에서 그림책 강연이 있다고 해서 용기 내어 운전해 본 날에는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나 덜덜 떨며 첫 우중 운전을 경험했다. 정말 느리지만, 조금씩 운전 경험이 늘어갔다.


그러다가 나의 운전 실력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근무지를 인천 서부에서 동부로 옮기고 싶었는데, 기회가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찾아왔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였는데, 갑작스럽게 복직해야 했던 나는 그제야 고속도로 운전을 밀도 있게 경험해 보게 되었다. 수원에서 인천까지 하루에 고속도로를 100km씩 달려야 했고, 매일 100km씩 100일 정도 달려보니 고속도로 운전에 자신이 붙었다. 그 이후부터는 대부도, 영종도, 행담도 등 당일치기로 놀러 갈 수 있는 곳들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마다 제일 맑은 정신으로 운전하니 마치 명상하듯이 운전에 '몰입'하는 기분이 꽤 좋았다. 그렇게 운전 자체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운전을 하면서 우리 인생도 운전과 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째, 나는 오너드라이버라서 남에게 내 차를 맡길 수 없다. 내 인생도 남에게 맡길 수 없고 맡겨서도 안 된다. 오로지 내 몫이다.


둘째, 운전은 일대일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다. 내가 양보운전을 하기도 하고, 모르는 이의 호의를 받기도 한다. 내가 호의를 베풀 때는 내게 친절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인생에서도 내가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을 때 그 도움을 또 다른 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셋째,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 방어운전은 필수다. 운전하다 보면 어떤 '도른 자'를 만날지 모른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 나를 지키는 방어는 필수이다. 이는 인생에도 마찬가지다.


넷째, 절대로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무섭거나, 설사 패닉이 와도 절대로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그 어떤 순간에도 정신을 단디 차려야 한다.


다섯째, 아무리 느린 사람이라도 할수록 는다. 모르는 길도 다닐수록 길눈이 밝아져서 나만의 지도가 확장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인생 경험도 쌓일수록 능숙해지고 시야가 넓어져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인생의 운명(運命)에서 '운'은 운전(運轉)의 '운'과 동일하다. 우리 모두는 내 인생의 오너드라이버!

내 인생도 내가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기 나름인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듯이, 내 인생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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