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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Aug 09. 2024

필라테스의 재미에 빠지다?

자, 뜬금없이 퀴즈를 하나 내어봅니다. 일단 맞춰보세요.

언급하는 명사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오리, 까치, 비둘기, 고양이, 아기, 아빠”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정답은 필라테스에 등장합니다. 이 운동에서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사용됩니다.

오리궁둥이, 까치발, 비둘기 자세, 캣스트레치, 아기자세, 아빠다리  


        

아무리 바빠도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한 시간은 필라테스를 위해 고수한다. 저녁약속이 있으면 빨리 끝내고 다른 약속이 있다며 일찍 일어난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필라테스에 제대로 재미 들였다, 고 하면 과장이고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인데 제법 재미있다.      

     

일단 근육 구석구석을 풀어주고 건드려준다. (근육이 자라기에는 운동이 양과 강도에서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그것만 해도 어딘가. 특히 고관절 운동을 많이 하는데 참으로 생소하다. 한 번도 따로 그 부분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필라테스 기구에 매료되었다. 캐딜락, 리포머, 바렐, 콤비체어, 스프링보드등이 있는데 리포머와 캐딜락이 같이 세팅되어 있는 그 기구는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리포머가 좌우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고, 캐딜락에는 끈들이 매달려 있어서 다양하게 동작을 할 수 있다. 놀이 기구에서 노는 것 같아 재미도 있다. 특히 누워서 스프링을 이용하여 발을 굴러 뛰는 운동은 제일 신나는 동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번 밖에 안 했다. (한 번은 내가 일부러 요청해서 했다.)     

     

문제는 필라테스는 강사가 말로 지시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데 그게 참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오른쪽, 왼쪽을 구분하는데 몇 초간의 머뭇거림이 필요하고, 그러고도 가끔 틀리는 방향감각을 가진 나로서는 노상 곁눈질로 따라가느라 바쁜 걸 보면 그런 것도 같다. 아! 필라테스만 사용하는 표현이 있는데 그것도 다른 차원의 지시어들로 가득하다.      

     

주로 이런 것 들이다. 갈비뼈를 모으세요, (허리를 펴고 해야 함), 꼬리뼈를 천장 쪽으로 치켜드세요. 어떤 때는, 꼬리뼈로 천장을 찌르세요. 척추뼈를 하나씩 탑을 쌓듯이 일어나세요.(이건 이제 살짝 감이 오고 있음. 느낌상으로) 민망하게 치골을 명치와 만나게 하라는 주문도 한다. 동시에 하는 것은 더 어렵다. 머리에서 다리까지 척추를 일직선으로 만들고 귀와 어깨를 멀리하고 갈비뼈를 모으라고 하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팔, 다리, 몸통이 따로 노는 것 같고 통제 불가능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어느 날은 가슴을 내밀라고 하는데 잘 되지 않으니, 천장에 매달린 끈이 잡아당긴다 생각하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뽐내듯이 내밀라고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센티만 더. 뽐낼 것도 없는 가슴을 어떻게 더 내밀라고 하는지. 아무리 내밀어도 뽐내기엔 거시기한 사이즈라 그런 건데... 쩝!!     

     

여하튼 오늘은 강사님이 어떻게 표현을 할까 귀를 쫑긋 세우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굳어 있던 내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찾아가는 필라테스 수업은 가슴에 동그란 미소를 한 줄로 그리고 나서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루틴이다. 이쯤 되면 제대로 재미에 빠졌다 해도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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