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대공항 상황의 뉴욕, 스크라이브러스 출판사의 맥스 퍼킨스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편집한 편집장이다. 그 작가들을 키워냈다고도 한다. 그에게 토마스 울프라는 청년이 원고 더미를 들고 찾아온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다른 출판사에서 거부당한 '천사여, 고향을 보라'를 출판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들고 온 '시간과 흐름에 관하여'를 편집하는 장면이다.
원래 가지고 온 처음 문장은 이랬다.
'유진은 담배연기에 눈을 가늘게 떴고 담배 연기는 공기 중에 흩날렸다. 그는 모직 옷을 입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덩굴손처럼 뻗어 올라온 장갑이 그녀의 새하얀 팔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붉게 물들었다. 소라껍데기 속 연분홍 속살이 삐져나온 것처럼. 그 광경을 처음 본 동물학자처럼 그는 시선을 멈추었다. 매혹적인 장미 빛깔을 띤 그녀의 팔을 바라봤을 뿐인데도. 그녀의 눈을 보자 숨이 멎고 심장이 요동쳤다. 그 푸른 눈동자는 희뿌연 담배연기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며 반짝였고 그는 푸른색 너머의 푸르름을 보았다. 드넓은 바다처럼 펼쳐진 푸른색 너머의 푸르름. 그 푸른 바다에서 영원히 헤엄치고 싶었다. 새 빨간 불꽃과 대지의 금빛은 머리에서 지워질 것이다. 연회장 맞은편에 있던 그 푸른 눈동자는 영혼을 사로잡는 처음이자 마지막 눈빛으로 그의 뇌리에 기억되리라. 인류에게 시가 존재한 까닭을 유진은 비로소 깨달았다. 외롭게 떠도는 고독한 영혼들은 모두 그의 형제가 되었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굉음 같은 사랑의 시작을 그 방의 누구도 듣지 못했다. 사랑은 바람처럼 휙 날아와 그의 심장을 꿰뚫어 어버렸다. 고요한 풍랑이었으나 그의 삶은 산산이 부서졌다.'
편집을 하면서 나눈 두 사람의 대화다.
"주인공이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거잖아?"
"깊은 바다에 뛰어든 심정인거지."
"자네는 여자가 아니라 모습에 빠져든 거야"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어땠나, 톰?"
" 번갯불에 감전되는 것 것 같았지."
"그럼 그렇게 써야지. 번갯불 말이야.'
"이 문장의 핵심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야. 주인공의 삶이 흔들리는데 누구도 몰랐다는 게 포인트야."
"그럼 포인트를 살려."
"어느 단어도 포기 못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걸지 몰라. 긴 문장이 산처럼 쌓인 책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
"단순하면 돼."
"간결해야지."
"번개처럼 먹구름을 뚫고 밝은 빛을 비추듯이"
"그렇지"
그리고 저 긴 서사를 이렇게 짧은 세 문장으로 편집했다.
'유진은 한 여인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굉음 같은 사랑의 시작을 그 방의 누구도 듣지 못했다.'
와우!! 글을 쓰면서 명심해야 할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간결하게 가독성 있게'의 멋진 예시다.
"톨스토이가 당신을 만났으면 '전쟁과 평화'같이 긴 글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거야"라고 생떼를 쓰며 대들기도 했지만 결국 5000페이지를 9개월에 걸쳐 줄이고 줄여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고 세상은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맥스역을 맡은 콜린 퍼스의 차분하고 절제된 연기와 울프역을 맡은 주드 로의 광적인 연기가 작품에서 빛났다. 울프는 그 책을 맥스에게 바쳤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도 장면 속에 등장해서 더욱 흥미롭다. 잘 뽑아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