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사 선생님의 처치나 처방에 대한 평가를 할 전문 지식도, 식견도 없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대한 글입니다. +이 글은 몇 년 전 다니던 회사 근처의 이비인후과를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빨간 레이저 포인터가 진료실 한쪽 벽에 걸린 해부도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콧물이 넘어가는 거죠. 지금 이 부분이 많이 부어 있고요.”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벽에 걸린 목구멍과 코, 귀의 해부도를 포인터로 짚어가며 설명을 합니다. 포인터는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할 때만 봤는데, 이렇게 이비인후과 의원의 작은 진료실에서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래 비염을 앓아 와서 어디가 왜 아픈지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니 좋았습니다. 이 곳을 다녀왔던 후배는 의사 선생님의 이런 설명을 두고 과학 시간 같다고 하더군요.
가끔 비염이나 감기, 다른 질환이 겹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 책장을 넘겨 설명하기 좋은 그림을 찾아서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귀찮고 번거로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일부러 물어보지 않아도 설명을 많이 해 주셨으니까요. 다니던 의사 선생님도 좋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별 말이 없는 무뚝뚝한 분이셔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게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많이 해 주는 것 말고도 이 병원에서 다른 것도 많이 해 줬습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나면 코나 목에 안개 같은 작은 입자의 액체를 쐬는 게 있는데요, 이걸 네블라이저라 합니다. 이 이비인후과의 네블라이저는 뿜어져 나오는 작은 액체 양이 엄청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 쐬고 나면 코 주변에 세수한 것처럼 물이 축축하게 맺혔지요. 주르륵 흐를 때도 있었습니다. 네블라이저를 쐬고 나면 꼭 옆에 있던 티슈로 닦아줘야 할 정도였습니다. 제 옆에서 이걸 쐬던 사람들도 네블라이저 치료가 끝나면 꼭 티슈로 코 주변을 닦더라고요.
처방해주는 알약도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증상마다, 사람마다 처방하는 약이 달라지겠지만, 다니던 곳 보다 보통 두 알 정도 더 많더군요.
이 곳은 왜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겠다는 듯 뭐든 많이 해 줬던 걸까요? 아마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 병원을 오는 것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환자의 걱정되고, 신경 쓰이고, 예민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약과 네블라이저로 얼른 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게 도와주기 위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든 사람들은 바삐 수납하고 사라졌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