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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Oct 16. 2020

나의 독감 예방접종 길일

독감백신과 비염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해 왔습니다. 잔병치레가 많기도 했고, 감기가 오면 주로 코와 목에서 증상이 시작되기에, 혹시 독감에 걸려도 초반에 모르면 어쩌나 싶기도 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독감예방접종 시기로 권고되는 10월이 되면 조바심이 생깁니다. 물론 10월은 겨울로 넘어가려는 시기라 비염이 심한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비염이 심하지 않고 컨디션도 좋은 그런 날에,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아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예방접종의 길일(吉日)입니다. 그런 날을 찾기란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몸이 개운한데, 할 일도 많지 않고, 코도 막히지 않은 그런 날. 이왕이면 찬바람이 불기 전에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조바심이 생기게 됩니다.


몇 년 전, 길일을 맞춰 접종하기가 쉽지 않아 몸이 개운하고 덜 바쁜 날 시간을 쪼개 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서 코가 막힌 채로 의원에 들어갔습니다. 의사는 코가 막힌 것을 보고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열은 없지만 혹시 감기 걸린 것은 아니냐, 다른 곳은 안 아프냐. 이왕이면 컨디션 좋을 때 맞는 게 좋은데, 오늘 아니면 시간이 안 나냐. 그냥 접수할 때 열 한 번 재고 별다른 말 없이 주사를 놔주는 곳보다 관심을 가지고 물어줘서 오히려 좋았습니다만 그런 물음을 듣다 보니 제 스스로 맞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맞으면 안 되는 건가? 이게 단순히 만성적인 비염 때문에 그런 게 맞나? 다른 감염성 질환인 건가? 결국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돌아왔는데, 따뜻한 곳에 가니 저절로 코가 괜찮아졌습니다. 백신은 그 후로 좀 더 있다가 가서 맞았습니다. 


그렇게 비염이 괜찮고, 컨디션도 괜찮으며 특별히 무리할 일도 없는 날을 찾아도 올해는 예방접종을 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내과에 전화를 해 봤습니다. 추석 전에 갔다가 ‘독감백신 품절’이라고 붙어있는 종이를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 날도 독감 백신이 품절이라고 합니다. 언제쯤 맞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만 듣습니다. 지난해에는 그곳에서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상냥하고 집에서 가까워 이곳에서 맞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의원에 전화하니 무료백신은 있는데 유료 백신은 없다고 합니다. 저는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니니 이곳에서도 맞을 수 없겠네요.

그러다 집에서 조금 덜어진 의원에서 독감접종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더군요. 그중에는 저처럼 흰색 종이(아마도 제가 들고 있던 것처럼 독감 예방접종 문진표)를 들고 앉아 있는 사람도 많이 보입니다. 꽤 오래 기다려서 의사를 만나고 예방접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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