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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레 Aug 27. 2023

[프롤로그] 월간 가조쿠

실화와 상상으로 버무린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

내가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을 읽고 알았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 불행을 안고 있다." 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구절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다. 우리 가족 정도면 최악은 아니라고 믿어왔건만, 불행의 모습이 제 각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너 정도면 행복하다."라고 세뇌당한 사람의 각성. 주변 가족들은 어떤 모양일까. 호기심이 둥실둥실 태풍 전의 구름처럼 뭉쳐 올랐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친구들의 가족은 본가와 처가 혹은 시가, 진짜 엄마와 새엄마, 떠난 아빠와 새아빠... 책에 나온 대로 제 각각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면 또 다른 모습이 된다. 핏줄이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딸처럼 대하고 싶어 하거나, 사위를 아들보다 못하게 대하기도 한다. 평생 합을 맞춰본 적 없는 가족이 생겨서 삐걱거린다. 본모습과 처음 만나는 내 모습이 충돌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예의가 없으며, 피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지는 않았던가.


상상은 자유로운 거니까. 이야기를 적어본다. 인스타에 나오는 무지갯빛 행복의 모습 말고, 형광등이 깜빡여도 누구 하나 갈아 끼울 생각 없는 집들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불행하다고 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 팀으로 만나서 마음대로 떼어놓을 수 없다. 누군가 죽으면 먼저 알아야 하는 사이.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토록 끈질기다. 우리는 그저 묵묵하게 나름대로의 불행과 가끔의 행복을 만나며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실화와 상상이 버무려지는 내 주위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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