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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 소녀 하이디 Sep 14. 2019

고향에서 느끼는 쓸쓸함에 대하여

추석 일기, 세 번째 이야기

일본에 이사 온 이 후로 고향집에 자주 오고 갔지만 명절 시기에 맞춰 이 곳을 방문하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여행이지만 기대하고 기대하던 여행처럼 설레었다. 추석 즈음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유난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좋았고, 가족과 함께 송편을 먹으며 둥근달을 보는 것도 그리웠다.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귀뚜라미 소리는 이제 무더운 여름은 다 지나갔다는 신호를 보내는 자연의 소리. 그 소리가 마음을 동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 ㅇㅇ이와 없이 명절을 보내는 나의 마음 한구석은 쓸쓸하다. 조카들과 잘 놀아 주는 좋은 고모, 이모로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일과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브런치를 읽고 있는 하루하루지만 ㅇㅇ이의 웃음소리와 어이없이 유치한 유머가 그리워진다. 내가 추석을 ㅇㅇ이 없이 보내는 것은 ㅇㅇ이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나 없이 보내는 것과 똑같다고 ㅇㅇ이에게 투정 부려 봤지만, 미리 잡힌 출장을 취소할 수 없어 함께 오지 못한 ㅇㅇ이의 마음은 오죽할까.


짚신도 짝이 있고 젓가락도 짝이 있는데....


엄마가 십 수년 전 아빠를 떠나보낸 후, 엄마의 인생에 큰 기쁨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한탄하시듯 읊조리던 말씀이다. 동생들과 나의 결혼식들이 있었을 때, 내가 엄마를 유학을 마치고 살고 있던 스위스로 초대했을 때 엄마는 아빠도 같이 있었으면 아쉬워하시며, 살아서 이런 좋은 일을 같이 함께 하지 못한 그를 늘 불쌍히 여기셨다. 아빠에 대한 연민을 담담히 이야기하던 엄마의 뒷모습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동생도 나도 이제 한 가정을 이루고 우리만의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 속에 혼자 남겨진 엄마의 쓸쓸함은 누가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나? 우리 중 누구라도 보듬어 주었던가? 내가 일주일만 떨어져 있어도 느끼는 남편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엄마는 그렇게 긴 세월에 걸쳐 버티었네. 평소 눈물이 없고 쿨해 보이기까지 하는 큰 딸은 조금이나마 엄마의 쓸쓸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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