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뮤지컬이다.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인간의 정신을 분리하여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세인트 주드 병원 이사회 의결에서 전원 반대로 무산된다. 급기야 지킬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실험을 통해 자신과 정반대 성질을 지니고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데에 성공하고, 이사회 의결에서 자신의 실험을 반대했던 임원들을 한사람씩 하늘로 보낸다. 자신의 약혼녀까지 죽이려는 통제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어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지금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 변화관리
지킬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선과 악을 분리해낼 수 있는 시약을 만들어낸다. 제조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약의 효능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임상시험의 대상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병원의 이사회에 나가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위원들은 그를 조롱할 뿐이다.
분노한 지킬은 고뇌를 거듭하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자신을 연구대상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비장하게 자신의 팔뚝에 주사를 꽂으며 부르는 곡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으로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이다.
조직은 기존의 방식으로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도 개편을 꾀한다.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HR제도 변경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뮤지컬 속 지킬 박사와 같이 변화를 추구하는 HR부서가 저항에 부딪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조직변화 이니셔티브의 70%가 뜻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구성원들이 새로운 HR제도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선호한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변화에 대해 스트레스를 직감한다.
둘째,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들의 80%가 조직의 HR 정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셋째, 새롭게 도입된 제도가 기존의 혜택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HR제도를 도입 시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변화에 이유와 목적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구성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야 한다.
둘째, 구성원을 변화의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 참여형 제도 설계를 위해 파일럿 그룹을 구성하여 새로운 제도를 테스트하고 구성원 대표를 제도 설계 과정에 참여시킨다.
셋째, 단계적 도입과 적응기간을 제공한다. 급격한 변화는 거부감을 확산시킨다. 변화의 로그맵 제시, 각 단계별 목표를 명확히 하고, 충분한 교육과 적응기간을 제공한다.
새로운 HR제도 도입 시에는 뮤지컬 속 세인트 주드 병원 이사회 멤버들처럼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을 관리할 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분리된 인격의 대결 (The Transformation), 이중인격 관리
지킬의 실험은 성공한다. 그의 마음속에 있던 선과 악은 분리된다. 하지만 곧 부작용이 발생한다. 분리된 악이 너무 강해 선을 압도한다. 그의 육체를 지배하게 된 악은 스스로를 ‘에드워드 하이드’라고 이름 짓는다. 하나의 몸에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개의 인격을 갖게 됐다. 이중인격의 대명사로 널리 쓰이는 지킬과 하이드가 탄생한 것이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할수록, 주변인들은 지킬을 걱정하고 염려하지만 지킬은 그들을 멀리한다. 큰 상처를 입고 찾아온 루시를 치료하던 지킬은 상처를 낸 사람이 하이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죄책감에 빠진다.
지킬이 하이드에게 선전포고하면서 부르는 ‘대결(Confrontation)’은 이 뮤지컬의 백미다. ‘마징가 Z’의 아수라 백작 마냥 얼굴을 반반 분할한 채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부르는 곡이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가 서로 조롱하고 싸우고 갈등하는 모습을 1인 2역으로 발산한다.
지난 2017년 10월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직장인 대상으로 다중인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 내 다중인격자라고 생각하는 동료가 있나?’라는 질문에 무려 87.2%가 존재한다고 대답했고, 그 중 59.9%는 상사가 다중인격자라고 답했다. ‘언제 그가 다중인격이라고 느꼈나?’라는 질문에 ‘갑자기 화 또는 짜증을 내는 등 감정기복이 굉장히 클 때 (34.7%)’, ‘상대방에 따라서 너무 다른 태도를 보일 때 (32.7%)’라는 답변이 나왔다.
사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때로는 ‘성실한 회사원’, 때로는 ‘따뜻한 배우자’ 등 상황적 요구에 맞춰 가면을 갈아 끼운다. 페르소나 (persona)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에서 유래한 단어로,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바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한다.
조직의 구성원은 왜 가면을 쓰고 살아갈까? 조직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규율에 맞추도록 훈련받는다. 이 과정속에서 ‘같음’을 지향하고 ‘다름’을 배척하며 법과 규율을 통해 정해진 ‘정답’만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뮤지컬 속 지킬은 사회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이드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파국을 맞는다. 이 장면은 획일화를 좇는 사회 속에서 내면을 숨긴 채 살아가는 조직 구성원의 고충을 은유한다.
선함을 권하고 악함을 벌한다.
뮤지컬은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원작이다. 원작은 헨리 지킬의 친구인 변호사 어터슨이 내레이터를 맡아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세기 말 런던. 괴이한 살인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시민들은 공포에 떤다. 이 사건을 추적하게 된 어터슨은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낸 끝에 마침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낸다. 흉악한 살인마는 뜻밖에도 똑똑하고 선량한 의사이자 자신의 절친인 지킬의 또 다른 모습, 하이드였다는 반전의 구도다.
1990년 미국 휴스턴에서 초연된 뮤키컬 ‘지킬 앤 하이드’는 정작 미국에서는 대중화를 이루지 못했고, 일종의 컬트(cult) 뮤지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연 배우의 열연, 감성적인 주제곡, 그리고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대중화에 크게 성공했다. 권선징악의 멜로드라마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사회제도와 시민의 힘으로는 부조리한 사회의 악습을 해결할 수 없지만 ‘하이드’를 통해 부도덕한 이들을 처단하는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권선징악’이란 '착한 것을 권하고(권선), 악한 것을 징벌(징악)한다.'라는 뜻의 한자어이다.콩쥐팥쥐, 흥부전과 같이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악당들은 벌을 받는다는 동화 속의 이야기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권선징악’이 조직으로 들어오면 ‘신상필벌’이 된다. 신상필벌은 조직관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원칙으로 인식되어 왔고 엄정한 상벌은 조직운영의 기초라 여겼다. 신상필벌은 조직의 중심을 잡는 중요한 원칙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는 상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공과(功過)에 기계적으로 상벌을 적용하면 조직에 대한 헌신은 상벌에 대응하는 조건반사적 행위로 굳어진다. 조직 관리의 클래식인 ‘당근과 채찍’도 필요하지만 그것 만으로 조직이 관리되지는 않는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인간 행동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행동경제학의 대부이다. 행동경제학이란 심리학, 판단력, 의사결정에서의 통찰력과 경제학을 결합한 학문이다.
과거의 경제학은 인간의 선호가 시간을 초월해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인간 행동이 쉽게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경제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례에 관한 글을 쓰면서 기존 경제학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미묘한 변화를 줘서 사람들의 행동에 ‘개입(nudge)’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주장했다.
‘넛지’는 부정행위를 줄이는 데도 유용하다. 보험회사와 협력해 진행한 현장실험을 살펴보자. 고객들이 보험 가입을 위해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알릴 때 일반적으로 양식 맨 아래 서명하거나, 혹인 맨 위에 서명하도록 요청했다. 서명 위치를 맨 위로 옮김으로써 고객들이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사람들은 서류 양식 맨 아래 서명할 때 종종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수치를 줄이지만 서명을 맨 위로 하면 주행거리를 정직하게 기록했다.
GE는 흡연이 구성원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믿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군에 속한 구성원들은 6개월 동안 금연 시 250달러를, 12개월 동안 금연 시 400달러를 보상받았다. 대조군의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실험군의 성공률이 대조군보다 세 배 더 높았고, 12개월이 지나 보상 중단된 뒤에도 효과가 지속도었음을 발견했다. GE는 이 실험을 토대로 정책을 바꿔 구성원 15만명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활용했다.
결국 안정적인 조직관리를 위해서는 ‘권선징악’의 신상필벌도 필요하지만, 구성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요인에 ‘개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