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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택트러닝 캐리 Nov 08. 2019

직무분석이 괴로운 그대에게

Q8_직무분석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취업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서 직무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주 떠오르는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 때부터 각종 기업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고, 면접 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뽐냈던 OO씨였어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신입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때 회사 핵심가치 의미를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 과제를 주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인사팀에서 같이 일해보면 재밌겠다 생각도 했던 친구였지요.

근데 1년 2개월 만에 이 친구가 사직원을 냈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면담을 했는데, 자신이 마케팅 부서에 입사하고 싶었던 이유와 실제 회사 생활이 너무 괴리가 있었다는 겁니다.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물었어요

"전 제가 담당하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때 밤낮없이 고민해서 만든 공모전 아이디어들이 채택되고, 그게 사람들이 반응할 수 있는 형태로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이 뿌듯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이라면 야근도 불사하고 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어디든 마케팅으로 들어가기만 하자' 하는 마음으로 죽도록 취업준비를 했죠.

근데 막상 합격하고 회사에 들어와서 제게 주어지는 일은 제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액티비티 결과 분석한다고 매일 엑셀 자료 주무르고, 에이전시 전화해서 행사 준비 상황 체크하고... 저는 꼼꼼하게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챙기는 것은 소질이 없는 편인지, 계속 틀리고 놓쳐서 혼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어요.

좋은 아이디어라도 내서 만회해보고자 고민해서 팀회의 때 말씀드리면, "올해 플랜은 이미 다 짠 거 모르냐", "이건 OO 규정 때문에 할 수 없는 액티비티다"와 같은 소리만 들었지요. 차라리 말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보람은 하나도 없고 소질 없는 일만 계속해야 하니, 의욕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엑셀만 봐도 토가 나올 것 같아요"


결국 이 친구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시간을 벌며,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기회를 만들겠다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 상황 안에는 사실 복합하게 여러 가지 이슈가 얽혀 있습니다. HR로서 저는 '회사가 이 친구의 강점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의 기회를 더 만들어 줄 순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문제의식은 뒤로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신입사원이 조직에 들어와서 지급한 급여 이상의 성과를 내는 시점을 평균 짧게는 1.5년, 급여 외의 간접비까지 고려한다면 2년도 봅니다. 손익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2년 이내에 OO씨처럼 떠나가는 직원들이 발생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는 무조건 큰 손실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면접관들이 취조하듯 '이 일이 왜 하고 싶냐, 당신이 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앞으로 이 일로 꿈꾸는 목표가 무엇이냐, 왜 그걸 우리 회사에서 하고 싶냐'를 집요하게 캐묻는 것입니다. 이런 취업 관문을 통과하려면 당연히 기업/직무 분석은 필수겠지요. 많은 취업코치들이 현직자 인터뷰를 꼭 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도 전적으로 다른 코치분들의 조언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직무 이해는 단순히 입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좀 더 잘 찾아가기 위해서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요.   

OO씨가 입사 전에 (마케팅 에이전시가 아닌) 조직 내에서의 브랜드 마케팅(특히 신입 레벨의) 업무를 더 잘았더라면 어땠을까요?

확실히 그 친구 보낸 1년 2개월의 시간은 달랐었겠지요.  


어떤 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인턴십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역시나 이력서의 한 줄이나, 자소서의 소재로서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닌 것은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지요?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직무를 옆에서 관찰하는 겁니다. 그러니 인턴십을 꼭 내가 원하는 직무만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 인턴십은 좀 더 깊게 한번 이야기를 드려볼게요.)

이 두 가지가 모두 어려우면 해당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씁니다. 이게 위에서 말한 현직자 인터뷰인데,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 드립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파악해야 하는 요소들을 정리한 것이니 실제 경험 혹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채워보면 내가 관심 가지고 있는 직무에 대해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직무 이해를 위해 필요한 요소를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OO 씨가 보낸 1년 남짓의 시간이 허송세월 같나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무엇이 내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아는 것만큼이나 어떤 것이 잘 맞지 않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대수명이 이토록 길어진 이 시점에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요.



[진짜 취업] 매거진 읽기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골라봐도 괜찮아요.

개별 질문들에 대해 전체 맥락과 함께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Q1부터 순서를 따라가면 좋아요.

질문들이 많이 모아지면, 취업 방향편/지원서편/면접편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어볼게요.

구독해 주셔도 해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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