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떠나기 2일 전, 아껴두었던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려고 나왔다. 동생은 안 가고 싶다길래, 숙소에 두고 혼자 나왔다. 가는 길에 공원에서 여유도 부리고, 파리지앵이 된 듯이 터덜터덜 걸었다.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동생과 만나기로 하는 장소로 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루브르 박물관 뒤쪽으로 갈 수 없게 막아놨고, 사람들은 다들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길을 가로막은 경찰들이 가득했고, 동생도 다른 방향에서 오는데 길이 막혔다고 했다. 구글맵을 새로고침 하니 그때서야 뜨는 통제선들. 오늘은 2019 뚜르 드 프랑스가 열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뚜르 드 프랑스는 매년 여름에 3주가량 열리는 도로 사이클 경기이다. 최종 구간은 파리의 샹젤리제이고,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하필 시내로 나온 날이 바로 뚜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날였다. 길을 미리 통제하고, 퍼레이드 차량이 다녔다. 동생과 나는 계속 연락을 하면서 만날 방법을 찾았지만, 데이터도 잘 안 터졌다. 연결된 길을 찾아 1시간을 헤매었고, 그동안 퍼레이드 차량을 100대는 넘게 본 것 같다. 우리는 이렇게 된 거 결승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기로 했다. 한편에 서서 들어올 선수들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더 지나고, 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개선문을 도는 모습들을 띄워주었다. 전혀 관련 없는 나도 괜히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파리의 길을 닫혀서 예정된 일정을 미뤄졌지만, 유명한 대회를 구경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