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명작 속 의학』
그림을 가지고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림에서 읽어낸 질병 이야기도 꽤 있었다. 이번에는 의학 전문기자가 쓴 그림 속 질병 이야기다.
그런데 아마도 신문의 기사로 쓰였던 글이라서 그런가, 각각의 이야기들이 상당히 짧다. 읽기에 좋은 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읽다 마는 느낌이 반복되는 것 같다. 게다가 그림 자체에서 질병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어떤 질병으로 고생하고, 죽은 이야기가 많다. 그림 자체와는 상관없는... 그렇다면 명작 ‘속’의 의학은 아니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 책의 미덕을 찾자면 다양함과 함께 우리나라 의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림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질병에 대해서도 좀 더 본격적인 목소리가 담겼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원래 여기 글의 태생적 성격이 그런 거라 여긴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을 고르자면 역시 자신의 앓는 질병의 흔적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백내장 때문에 풍경화가 점점 추상화가 되어간 클로드 모네, 디지털리스 혹은 압생트 때문에 황시증이 의심되는 고흐가 그린 그림이 유난히 노란색과 소용돌이가 많게 된 것, 렘브란트의 화풍이 입체감이 돋보이는 이유가 외사시 때문이라는 것, 섬세한 붓터치로 여성의 몸동작을 그려냈던 에드라르 드가가 아마도 망막질환으로 동작 선이 두루뭉술해진 것, 오귀스트 로댕의 사실적이고 섬세한 조각이 지독한 근시 때문이라는 것 등등.
이 내용들을 전혀 모르던 것은 아니어서, 역시 아쉬움은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