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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8. 2024

쿼크의 발견과 물리학자

김현철, 『세 개의 쿼크』

1963년 ‘머리가 다섯 개 달린’ 천재 이론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에다 ‘쿼크(quark)’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쓴 (정말 읽기 어려운 소설) 『피네간의 경야』 2부 4장에 나오는 “마크 대왕을 위한 세 개의 쿼크!”에서 가져온 말이었다. 『피네간의 경야』에는 사전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기이한 단어들이 가득한데 쿼크도 그중 하나였다. “마크 대왕을 위한 세 개의 쿼크!”라는 말도 정작은 무얼 의미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실은 잘 모른다. 물리학은 물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겔만은 이 난해한 소설에서 쿼크라는 이름을 가져왔는데, 처음에도, 그리고 꽤 오랫동안 쿼크라는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단지 수학적인 계산을 위해 필요해서 도입한 개념일 뿐이었다. 


그렇게 계산을 위해서 도입한 쿼크는 결국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는 겔만이 그 이름을 생각할 때 고려했던 “세 개의 쿼크”가 아니라 여섯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 물질의 근본 입자는 원자가 아니라 쿼크다. 


『강력의 탄생』에서 1895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1947년 이전에 유카타 히데오가 예측한 강력의 존재를 확인하는 파이온을 찾아내기까지의 역사를 그린 김현철 교수가 이번에는 그 이후 강력의 본질을 찾아서 고민하고, 계산하고, 실험한 물리학자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쿼크를 예측하고, 글루온과 함께 실체를 확인하면서 강력의 본질이 양자색역학이라는 것을 밝혀낸 과정이었다. 



사실 입자물리학은 몇 번을 읽어봐도 어지럽다. 그리스 문자에 기초한 물질의 이름도 어지럽고, 스핀의 개념도 어렵다.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론물리학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물질을 예측하게 되는지, 또 실험물리학자들은 어떤 결과를 가지고 그것이 새로운 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지 이 책을 통해서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나의 부족한 지식, 혹은 관심 탓이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현대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의외로 재미있다. 재미는 이 책의 이야기가 물리학자들, 즉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천재들의 이야기인 셈인데, 그 천재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어떤 천재들이 홀로 문제를 술술 풀어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헤매기도 한다. 그 천재들도 다른 사람을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만난 이후에야 문제의 본질을 깨우치고, 문제 해결 방식의 열쇠를 찾아내기도 한다. 거대 과학으로 접어드는 과정에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한데, 현대의 물리학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덤벼들어야 하는 과학이 되었고, 어마어마한 시설이 필요한 과학이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이야기가 물리학에서도 흥미롭게 펼쳐졌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여기에 한무영이나 이휘소와 같은 한국인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덧대어지면서 흥미를 더한다. 


이야기가 가끔은 1980년대를 넘어 2000년대까지도 삐져나오기도 하지만, 주된 줄거리는 1970년대 말까지로 정리되고 있다. 김현철 교수는 다음 책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펼쳐보겠다고 한다. 그건 정말 우리 세대의 이야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 이야기엔 또 어떤 흥미로운 논쟁이, 발견이 있었는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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