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죽음의 죽음』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세금을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이니 그른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죽음도 마찬가지란다. 모든 생명체가 맞이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기는 죽음을 인간이 피할 수 있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만 죽음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죽음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실제로 실질적으로 죽지 않는 생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세균이나 효모 같은 것들은 동일한 세포로 분열하면서(약간이 돌연변이를 수반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영원한 삶을 지속한다. 게다가 식물이나 동물의 경우에도 수천 년을 사는 것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죽음을 세포의 문제라고 한다면 영원한 살아가는 세포가 있다는 것은 죽음을 회피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영원한 삶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노화에 관한 것이다. 노화 역전! 노화 역시 인간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은 노화 역전이 가능하다고, 노화 역전으로 벌어지는 긍정적인 일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많은 문헌들을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인류에게, 지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는 것일까?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저자들은 이런 질문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노화 역전은 가능한 일이며, 7년 정도 노화를 늦추는 일은 단 몇 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늦춰진 노화는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노화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인간에 적용되는 것이 현실상 어려웠을 뿐이지 많은 다른 동물에서는 입증되었기 때문에 그 방법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시기는 ‘조만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당황스러웠던 점은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구체적 소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인용하고 있는 것들은 대체로 책이거나 과학 저널의 리뷰인 경우가 많다. 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현재 어떤 연구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 조금은 난감하다.
노화란 필연적인 현상이 아니며 누구나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하나의 비전에 해당한다. 이 비전을 가지고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노화를 자연스런 현상이며 누구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또한 끝에 알렉스 자보론코프가 발문에 적고 있듯이 노화 역전의 기회가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그 시기가 10년 이내와 같은 ‘조만간’이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많은 과학자들의 솔직한 견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