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대비하여 화이트보드 디자인 챌린지를 연습해보자
화이트보드 디자인 챌린지(Whiteboard Design Challenge)를 들어보셨나요?
제가 알고 있던 화이트보드 인터뷰는 개발자 인터뷰 시 머릿속으로 구조를 설계하며 바로 화이트보드에 코드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디자이너들이 경험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 챌린지는 약간 다릅니다. UX디자이너들은 문제를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흐름을 화이트보드에 즉석에서 와이어프레임으로 풀어냅니다. 많이 생소하고 낯선 일이지만, 얼마 전에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챌린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면접관이 원하는 것은 아름답고 심미적인 그래픽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면접 시 디자이너의 역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포트폴리오와 자신의 작업물을 논리적으로 설명(=설득)할 수 있는 소통 기술이겠지만, 이 챌린지에서는 즉석에서 제한 시간내에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아티클을 살펴보면서 저는 WDC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포인트를 4가지를 요약해보았습니다.
주제를 받는 즉시 화면을 그리지 마시고 이해를 돕기 위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제시한 주제를 이해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UI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서비스의 플랫폼, 머티리얼 디자인, HID 같은 관련 지식에 익숙하고, 이를 흐름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바로 직행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 조합하여 솔루션을 발전시킵니다.
WDC는 협업 능력을 테스트하는 자리입니다. 혼자 화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들과 질문, 답변을 통해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다음의 사항들은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질문이나 공감 없이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협업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말만 하면서 결정된 내용과 디자인을 보드에 적지 않는것도 곤란합니다. 문제에 집중하되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며 결정 사항을 화이트보드에 정리해나가도록 해야합니다.
이 자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사고 과정을 이해하는 자리입니다. 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받았다고 해서 지나치게 이를 방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드백에 따라서 필요한 것은 수용하고 아닌것은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융통성있는 태도를 취하세요.
WDC는 대부분 정해진 시간 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적절하게 시간을 분배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 흐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실제 인터뷰를 앞두고 하루에 2~3개씩 주제를 설정하여 제한된 시간내에 흐름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주제를 나누지 못했지만, 시간적 여건이 된다면 다른 디자이너와 함께 주제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WDC에 필요한 것은 화이트보드와 마카 정도겠지만, 저는 원격으로 WDC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기본적으로 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피그마와 같은 프로토타이핑 툴을 사용하며 화면 공유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엘리먼트들의 사이즈를 습관적으로 디테일하게 조정하거나(4의 배수로 맞추고 싶은 강박관념) 라인이나 펜 툴로 플로우를 연결할 때 정렬을 깔끔하게 맞추고 싶다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Invision의 Freehands를 사용하였습니다.
인비전 프리핸드는 간단한 텍스트나 도형, 코멘트 입력 툴을 제공하며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화면을 수정할 수 있어서 편리하게 잘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선이나 도형을 그렸을 때 손으로 그린 것처럼 자동으로 스타일이 수정되는 효과가 있어서 화이트보드 챌린지의 느낌을 더 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챌린지를 도울 수 있도록 랜덤하게 디자인 주제와 타겟, 시간을 카운트해주는 유용한 사이트들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주제를 골라서 진행해보았습니다.
이 중 하나의 주제를 골라 진행했던 케이스 중 하나를 아래에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동 중에 책을 읽을 때 기차 도착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방해를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흥미로운 기사가 버려지거나 계속 늘어나는 "나중에 읽기"목록에 추가됩니다. 독자가 이동 중에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어떻게해야합니까?
10분동안 컨텍스트를 확인하여 주제를 문장으로 요약하고 사용자 문제를 파악합니다.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질의응답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동 중 기사 읽기” 이라는 것은 대중 교통 수단 이용 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기사를 읽는 것으로 가정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기사를 피드 형식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가정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라는 것은 카카오톡, 문자 등 소셜 활동을 위한 알림일 것
우리는 “나중에 읽기”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가 추후 기사를 읽기 위해 저장해 두는 공간임
사용자가 가진 문제를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사용자 니즈와 목표, 가정, 기술적 제약이나 사용자에 대한 제한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바쁜 일정의 학생, 직장인이 자기 개발을 위하여 이동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 시간을 정해 원하는 카테고리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어공부와 같은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좀 더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합니다.
효과적으로 읽기 위해서 짧은 시간에 완독할 수 있는 기사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읽는것에 부담이 없도록 글의 분량이 1분, 2분임을 알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
이동 중에 연이어 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피니티 스크롤로 제공한다.
10분동안 이번 WDC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축소하고 흐름을 확인하였습니다. 시작화면과 끝화면을 정하고 사용자가 어떻게 주요 단계를 거치게 될지 스토리를 정리하였습니다.
대학생 김겨울씨가 학교에 갈때 지하철에서 영어 공부와 관련된 기사를 하나 이상 완독한다.
1. 메인 피드에서 영어 기사 마라톤 배너를 선택
2.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간 설정
3. 기사 읽기
- 목표한 시간내에 읽을 수 있는 기사 리스트를 제공한다.
- 기사 이미지와 제목, 본문과 읽는 시간을 볼 수 있다.
- 마라톤 읽기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할 수 있다.
4. 본문 스크롤이 끝나면 다음 기사가 하단에 로드된다. 무한 스크롤로 열람한다.
5. 정해진 시간이 완료되었을 때 팝업을 노출시킨다.
25~30분 동안에는 정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시간입니다. 저는 각 단계에서 중요한 화면 위주로 그리며(디테일한 부분은 필요한 경우에만 추가) 각 화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흐름을 볼 수 있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나머지 10분 동안에는 그린 스토리를 요약해보고 놓친 부분이나 개선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하였습니다.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과정에 대한 개선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전 단계에서 놓친 점이 있는지도 찾아보면서 추가적인 질문이나 적용 사례 등을 적어보며 하나의 주제에 대한 챌린지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우선 여러 차례의 연습덕에 인터뷰 진행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을 많이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카네기 홀에서 연주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아나? 바로 연습일세. -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Inglourious Basterds'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원격 인터뷰로, 모니터상에서 진행하다보니 중간 중간 화면을 줄여 전체 그림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꼈습니다. 흐름이나 기능에 집중하다보니 페르소나가 누구였는지, 개선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놓쳐버리는 문제가 있어 지속적으로 목표를 리마인드 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면접이 끝난 후 뒤늦게 떠올라서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초반에 놓친 부분을 늦게서야 확인하고 머릿속이 잠시 하얘지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니 아찔하네요.
하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더 많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니어 디자이너들은 위와 유사한 일들을 이미 실무에서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회의실에서 서로 종이나 칠판에 간단히 그리면서 서로 설명하기도 하고, 포스트잇으로 의견을 붙여넣는 행동은 평소 회사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UX디자이너도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고, 예기치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적은 경험이 아주 일부의 케이스이기는 하나 이런 낯선 경험에 도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디자이너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