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동창회를 했다.
사실 동창회라기에도, 반창회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고등학생 시절 분위기를 주도하던 친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별해서 술자리를 가지는 모임이었다.
나와 내 친구 둘은 그 동창회에 선발됐다.
좋게 말해도 우리가 잘 생기거나 인기인이어서는 아닌 것 같다.
악의도 선의도 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만 25세,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녀 14명이 모였다.
나나 내 친구들이나 방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남자는 신기할 정도로 그대로였고, 여자는 신기할 정도로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에게 말했다.
“와, 아이돌 연습생인 줄 알았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여자들이 가장 많이 꾸미는 날은 동창회라고 하던데, 정말로 인플루언서처럼 꾸미고 와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먼저 온 남자가 없었다면 방을 잘못 찾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다들 술이 들어가고 근황에 대해 말했다.
어떤 친구는 제주도에 살고, 누구는 배달하고, 취준생도 있고, 간호사가 된 친구도 있었다.
백수라고 해서 의기소침한 사람은 없었다.
청년 실업 문제가 너무 심해지니, 오히려 무직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이전 세대보다 약해졌다.
25살이란 나이는 무엇을 하든지 자유로운 나이일지 모른다.
나도 다르지 않다.
나는 대학생이자, 편돌이이자, 내년 3월에 네이버에 소설을 런칭하는 작가도 백수도 아닌 무언가다.
요즘에도 첫 작품이 망하면 어떡할지 매일 걱정하며 글을 쓴다.
“첫 작품은 망하는 게 당연하지.”
“너는 아직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나는 내 작품이 성공했으면 하고, 이번의 실패가 인생의 끝인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들을 보니 다들 방황하는 게 느껴졌다.
그 상처를 보며 나는 위로 받았다.
괘씸할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상처투성이란 사실에 나는 안도했다.
술자리가 지속되자, 조금씩 자리를 옮겼다.
옆자리에 학창 시절 좋아했던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산부인과 간호사가 됐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벌써 직업을 가졌어? 와, 대단하네.”
“에이, 뭘. 너도 이제 런칭 한다니까 그게 더 대단하지.”
“아니, 진짜로.”
그녀는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내 말에는 거짓 하나 담지 않았다.
나와 같은 나이에 자리를 잡고 사회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 감탄이 그녀에게 닿았을까?
아마 실패한 것 같다.
친구들이 흔히 하는 감탄처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반응과 같은 의미로 전해진 것 같아 조금 아쉬었다.
여러모로 동창회는 올해 특히 즐거운 모임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
좀 더 진심을 보이지 못한 것.
그리고 친구가 말해주길, 좋아하는 여학생 옆에 있을 때 내가 어땠는지도 들었다.
대화는 평범하게 했다.
문제는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지 못했단다.
이게 동창회에서 제일 큰 후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