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일기

by 백수희망생

글을 잘 쓴다는 건 뭘까?

그건 여러 요소가 있는데, 필력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스토리다.

하지만 나는 ‘좋은 스토리’란 무엇인지 따위 믿지 않는다. 세상 천지 스토리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 없는 데다, 나 자신조차 깊이 있는 스토리는 선호해도 흔히 분위기만 띄운 소설은 혐오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도입부터 오늘 단풍잎 색과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논하는 소설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스토리와 전개는 시대와 트렌드가 존재한다. 이 시대는 분위기를 논하는 소설보다는 그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전개식 소설이 인기인 것 같다. 결국 스토리로 인기를 끈다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행위는 도박과 유사하다. 결국 스토리라는 요소 자체가 도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불확정 요소를 믿고 글을 쓰기에 너무 겁쟁이다. 그렇기에 나는 작가로서 실력과 기술에 해당하는 기술을 익히고 싶었다.

최근에 깨달은 건 리듬감이다. 나는 소설을 쓸 때 일부러 분량을 늘려야 하는 순간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3, 4문장 이상을 한 문단에 할애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했을 때, 가장 소설이 지루해지지 않고 전개를 끊임 없이 독자에게 쑤셔박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좋은 작가는 3,4문장을 넘지 않는 건 느끼고 있지만, 아직 문장을 짧게 쓰면서 리듬감을 유지하는 기술은 모르겠다. 소설의 리듬감이란 문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넣기. 과거형과 현재형을 적절히 섞어놓기. 같은 어미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신경 쓸 것들이 태산 같기 때문에 나는 매번 글을 다 쓰고 나서 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머리를 뜯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을 쓰는 게 즐거웠는데, 나는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내 마음대로 쓰는 글은 즐거웠지만, 좋은 글을 쓴다는 것. 팔리는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읽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리듬감의 비밀을 알면 알수록 두려워졌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뭘까? 리듬감이란 뭘까? 오히려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답이 없다는 옛 선조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실감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깨달아도 하루 뒤에 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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