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댓글 부대> 도입부

by 백수희망생

작가 : 장강명

작품 : 댓글 부대

1장.

대체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부대를 1세대로 본다.

1세대 댓글부대가 조악하고 원시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논리보다는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고, 대형포털과 중소포털, SNS에 서로 달리 대응할 줄도 알았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반복법, 강조법은 무식한 테크닉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도 가장 중요한 전략 전술이다.

당시 민간 온라인마케팅 업체들의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팀-알렙도 이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는데,초창기에는 ‘실시간 검색이 순위에 몇 번 오르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들고 개인병원이나 의류 쇼핑몰, 다이어트 업체, 영화 배급사, 작은 게임업체들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실시간 검색 순위 조작은 ‘봇’이라 부르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거나 아니면 진짜 수작업을 이용하기로 했다. 실시간 검색 순위는 단순히 검색량이 많다고 해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그 검색량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느냐 하는 변화도에 따라 매겨지므로 생각보다 조작이 쉽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온라인 마케팅 업체는 우후죽순 난립했고, 곧 팀-알렙을 비롯한 많은 회사들은 양보다는 질을 조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짜 구매후기나 가짜 20자평을 올리는 일 등이었다.

그런 상품평을 꾸미는 일은 점점 대담해져서, 나중에는 과장의 영역을 넘어 거의 소설에 가까워졌다. 여행이나 연수, 유학과 같은 상품의 경우 잠재 소비자들이 자세한 후기를 원하는데, 가짜 후기를 올리자고 이걸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이런 때에는 해당 업체로부터 간단한 프로그램 정보와 아마추어가 찍은 듯한 사진을 여러 장 받아서 포스트를 만들고, 업체의 컨펌을 받아 가짜 블로그 계정에 올린다. 나중에는 레스토랑 후기들도 거의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이런 작문은 팀-알렙에서 찻탓캇이 했다. 그는 팀-알렙의 팀원 세 명 중 가장 글발이 좋았다. 그가 쓴 <우리 부부의 북미 대륙 자동차 횡단기>는 사진이 5백 장 넘게 들어간 대작이었다. 실감 나는 에피소드와 맛깔스러운 문체 덕분에 이 포스를 연재한 가짜 블로그 계정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여행 부문 파워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가짜 계정 앞으로 여행 잡지에서 기고 요청이 오기도 했다. 정작 찻탓칼은 미국에 가본 적도 없었다.

이즈음부터 온라인 마케팅은 바이럴마케팅으로 진화한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은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기는 방법과 전파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말하자면, 사람을 낚을 줄 알았다.

팀-알렙도 이런 바이럴마케팅 기법을 배웠다. 삼궁이 이런 잔꾀가 많았다. 그는 소위 ‘어그로’를 끄는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가장 많이 쓴 방법은 된장녀가 쓴 허위 게시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된장녀는 남녀 모두에게 눈길을 끌고, 선망의 대상이 되며, 동시에 응징을 하고 싶게 만드니까. 사람들은 응징을 한답시고 문제가 된 게시물을 다른 게시판으로 퍼나른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스파클링 와인을 홍보해야 한다고 치자. 이럴 때 팀-알렙은 다리 모델이나 가슴 모델을 고용해서 이 음료가 한구석에 슬쩍 들어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모델들이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서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는 셀카를 찍도록 한다. 이 셀카의 중심에는 탱탱한 가슴이나 잘 빠진 다리가 있지만, 한구석에는 바이럴을 일으켜야 하는 스파클링 와인 병이 교묘하게 배치돼 있다.

이런 사진을 가짜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놓고, 밑에는 ‘OO오빠 덕에 하얏트 갔던 날~ 맛있는 것도 먹고 잼께 놀았따~초 섹시 수영복 입고 갔더니 남자들 눈빛이 아주ㅋㅋㅋ투자한 보람이 있었쒀~’와 같은 글을 달아둔다. 그리고 이 포스트를 화면 캐첩한 뒤 남자들이 주로 몰리는 사이트에 그 캡쳐 파일을 올린다. 제목은 ‘김치년 클라스 좀 보소’ 정도가 적당하다.

가만히 놔둬도 불과 하루 이틀이면 이 사진은 중소형 포털 20~30군데에 퍼지고, 수십만 명이신제품 스파클링 와인을 보게 된다. 신제품은 하얏트호텔과 잘 나가는 남녀의 호화로운 이미지를 공짜로 얻는다.

이 작품은 장강명 작가의 <댓글 부대>라는 작품이다. 도서관에서는 일단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이 작품이 흔히 말하는 순문학이냐고 묻는다면 애매한 영역인 것 같다. 장강명 작가는 원래도 신문 기자 출신이었고, 그 문체에서도 특유의 보고서식 문체가 느껴져서 흔히 장르 문학으로 분류할 때가 많다.

장강명 작가 도입부의 특징은 빠르다는 점이다. 첫 도입부부터 시작해서 제목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도입부에 주인공의 행동 묘사로 시작하지 않는단 점이 좋았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행동 묘사로 시작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시작하면 자연히 디테일이 늘어나고 메인 플롯이 살짝 뒤로 밀리고 만다. 긴장감을 가져갈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임팩트를 주지 못하면 한 번에 지루해지는 도박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도박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겁쟁이라 두렵다) 만약 행동 묘사로 시작할 거라면 주인공이 유리 조각을 씹어먹거나 길고양이를 죽이는 정도의 임팩트는 줘야 하지 않을까?

결국 핵심은 도입부에서 독자에게 특별함을 줘야 한다는 부분이다. 나는 주인공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아니면 주인공이 얼마나 특별한 세계에 사는지 알고 싶다. 댓글부대의 경우는 후자다. 이 작품은 댓글부대라는 세계를 소개함과 동시에 독자에게 모르는 세계의 지식을 이용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식욕은 인간의 근본적인 호기심 욕구 중 하나이니, 그 흥미를 끌 정보만으로 훌륭한 도입부였다.

특별한 세계가 아닌, 주인공의 특별함을 다루는 작품도 있다. 정말 많지만, 화제성을 생각할 때 <인간실격>과 <롤리타>가 대표적인 예시다.

둘 다 현대 기준에서는 조금 느리지만, 발군의 문장력과 함께 도입부부터 주인공이 얼마나 또라이인지 알 수 있어서 몰입에 용이한 도입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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