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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oo Sep 06. 2020

일요일의 크로키와 콩나물 키우기

이번 크로키는 무브먼트로 진행했다.

혼자.

방구석 크로키.


예전 오프 모임에서는 모델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도록 요청을 했었다.

그리고 눈을 모델에서 떼지 않고, 손도 종이에서 떼지 않고 그린다.

- 실제 무브먼트 타임에서는 모델에서 눈을 뗄 시간도, 손을 종이에서 고쳐 잡을 시간도 없다. 눈도 깜빡하는 사이에 동작을 놓치니 다들 동공이 커진 고양이 눈으로 모델을 좇는다.


눈과 손이 하나가 되는 느낌. 만화 기생수처럼 손과 협업을 하는 기분이 든다.

정신없이 휘갈기다 보면 주로 갑골 문자 형성 타임인데, 재밌다.

의식적으로 하는 '한 선 크로키'보다 더 본능적이고 집중의 집중이 되는 짜릿함이 있다.

하지만 모델이 긴 시간 계속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모델의 체력을 너무 소모시키기 때문에, 무브먼트는 마무리 타임으로 순서를 정하고 지정 시간을 채우기 전에 무리가 된다면 멈추기로 합의했었다.




지금은 방구석 크로키니까 재생 속도로 조절을 했다.

유튭에서 댄스 영상을 찾아서 재생 설정을 가장 느리게 설정한다.

(그래도 빨라! ㅜㅜ)

갑골 문자 주술서 타임-!

오, 동세가 좀 보이는걸?



무브먼트를 하고 나면 1분 크로키가 여유롭게 느껴진다.


무브먼트의 붓 속도가 손에 붙어서 1분 크로키지만 40초 부근으로 끝난다.

균형이 안 맞고 거친 느낌이지만 여기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





예전 크로키 모임에서 실제 모델을 보고 그렸던 크로키.

1분 / 한 선 크로키

3분 / 파스텔


영혼을 없애버리는 무브먼트!

(동작을 따라 해 봅시다.)







그리고 보니, 요즘 아주 잘 키워서 먹는 콩나물과 닮았구먼.

냉장고에서 콩을 꺼내 냉기를 가신다. 상온과 비슷해진 콩을 씻고 물에 잠기게 둔다. 중간중간 물을 몇 번 갈아주면 하루 만에 싹이 나온다.

동그랗던 콩은 물을 붓자 금세 타원형으로 몸을 불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커져서 마치 공기를 넣는 것 같다.

만 하루가 지나면 대부분 싹을 내밀고, 일단 싹이 나면 아침저녁 다르게 잘 자란다.

처음이라 양이 가늠이 안돼서 통 바닥을 채울 정도를 부었는데, 음.. 양이 불어나는 게 심상치 않다.

콩나물을 많이 먹겠군.



오리 콩.


꼬불 콩.


쑥쑥 콩.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뚜껑을 살짝 열어 공기가 통하게 하고,  물을 갈아 헹궈준다.

밤엔 그냥 자기 전에 헹구고 아침에 헹구며 물 주고. 물만 주기적으로 갈아주면 크게 신경 쓸게 없다.

다만 2시간마다 물을 갈아주니 집콕 라이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2시간마다 물을 주러 작업대에서 일어나 움직이니 좋다. Stay home, Stay healthy를 콩나물만큼 실천하고 있다.

콩나물이 좀 자라면 껍질도 알아서 벗겨진다.

새 물을 갈아줄 때, 물 위에 둥둥 떠서 손으로 쓱 훑어내면 된다.

파는 마트 콩나물보다 얇지만 맛은 훨씬 진하고 고소하다.


3일이면 먹는 콩나물 키우기-

콩나물 같은 무브먼트 크로키-



둘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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