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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를 꿈꾸는 장지역의 밥 찌는 염전노예

작가의 꿈은 20년째 이어지네 숨이 끊기는 날까지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빵 굽는 타자기라는 책 제목은 여전히 또렷하다


그건 분명 스무 살 적인가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굴러다니던, 미국의 소설가 폴 오스터의 에세이 제목이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답게 제목부터 참 비범하지. 타자기로 빵을 굽는다니. 문학적이면서도 소설가라는 자기 직업을 잘 설명해 주는 직관적인 제목이 아닐까.


나도 언젠가는 그런 나만의 빵 굽는 타자기를 가질 날이 오겠지. 그런 꿈을 꾸면서 하루하루 살아남았지만 아쉽게도 내 망할 현실은 20년째 그다지 큰 진전은 없었다. 글로 벌어먹고 산다는 이상은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영광의 그 날까지 생업을 위해 알바를 하며 버티려다가 이제는 슬슬, 이상을 안고 익사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20년째 고객 콜센터에서 쿠팡까지 온갖 알바를 전전하면서도 꿈을 아예 포기하지 않는 건, 결국 언제 되느냐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엔 빵 굽는 타자기, 전업 글쟁이라는 꿈에 내가 자연스레 꼭 도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이 브런치도 때로는 한 달 내내 쉬기도 하고 지금처럼 100일 내내 온갖 글을 매일 써내기도 하면서 작가라는 꿈에 하루하루 닿아간다.


물론 이런 꿈을 모두가 이해해주진 않는다. 날 잘 모르는 타인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오래된 친구도 지금의 날 보고 코웃음 치기도 하고 안쓰럽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나의 꿈과 이상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날도 당연히 있다. 특히나 덥고 힘들어서 온몸이 땀과 소금기로 젖어버리는 요즘 같은 여름밤의 야간근무 때는 특히 그러하다


그렇지만 예전에 천상병 시인에게 배운 대로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 괴롭고 힘들었던 몸의 감상과 기억 또한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런 오늘의 삶의 괴로움과 외로움 또한 내 글의 소재가 되어주니까. 언젠가는 이 글들이 축제처럼 빵 굽는 타자기 아니지 밥 찌는 타자기가 될테니까. 오늘도 그저 장지역으로 출근해서 염전노예처럼 내 몸에서 소금을 뿜어내고 지쳐 탈진했지만, 바로 그런 경험이 아니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글이, 나만이 쓸 수 있는 시가 존재하니까.


오늘 밤에도 내 몸과 삶에서 나온 소금의 시가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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