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와 풀필먼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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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통포럼 조철휘 명예회장(이하 조)
한국유통연수원 마종수 교수(이하 마)
조: CJ대한통운이 여러 기업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쓱닷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마트도 네오센터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죠. CJ대한통운과 관련한 매각 이야기도 들리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마: 네이버, G마켓, 이마트, 그리고 CJ대한통운이 4자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내년에 CJ대한통운과 협력하여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는 강력한 카운터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한 구조로 보이며, 실제로 네이버는 오늘배송, 내일배송, 새벽배송, 1시간 배송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대는 CJ대한통운이 중심에서 역할을 하고 있죠.
특히 CJ대한통운이 중요한 이유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 50만 명 중 약 5~6%가 네이버의 오늘도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90% 이상의 기업을 도착보장 서비스로 유도하거나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을 풀필먼트센터로 지정해 물건을 보관·배송하게 한다면, CJ대한통운은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CJ대한통운은 이마트그룹과 협업하여 MOU를 체결했으며, 기존의 8개 물류 운영 업체를 하나로 통합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쓱닷컴, G마켓 등의 물량을 CJ대한통운이 직접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물류센터를 통합 운영하고 택배 물류도 직접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협업은 이마트가 고정 비용을 절감하고, CJ대한통운은 물량을 확보하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조: 플레이어로서 택배에 국한되지 않고 풀필먼트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자동화 창고를 잘못 설계하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과 배송을 잘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마: 대한통운은 최근 오토스토어나 AS/RS 등 첨단 시스템을 다수 도입해 운영 중이고, MFC(Micro Fulfillment Center) 형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자동화센터 외에도 전국 1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 시 이를 MFC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약 500평 규모의 도심형 물류센터로, 일부는 매장으로, 일부는 물류센터로 활용 가능한 다크스토어 개념인데, 이마트와 CJ대한통운이 이를 기반으로 협업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조: 특히 이마트는 집객력이 낮은 대형마트를 폐점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를 재활용해 지역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해 보입니다. 매장을 어떻게 물류 거점으로 변환할지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만, 첫 번째 자동화센터만 보더라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마트의 자동화센터 2, 3, 4호 센터는 하루 8만 건의 배송이 가능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택배가 아닌 장보기몰 기준인데, 장보기몰은 바구니가 크고 한 사람이 주문하는 양이 많습니다. 이를 택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100만 건까지 처리할 수 있는 설비입니다.
현재는 쓱닷컴 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하루 6배송 체계를 유지하며 신선식품 위주의 물량으로 효율이 낮습니다. 요일별, 시간대별로 물량 편차가 커서 물류 효율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운영하게 된다면 하루 6배송 체계를 없애고, 물량을 모아 하루 한 번만 나가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차량당 처리 물량을 현재 20건에서 40~50건, 나아가 100건까지 늘릴 수 있죠.
결과적으로, 이마트의 고정비는 줄고 CJ대한통운은 기존 설비를 활용해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 물량뿐만 아니라 11번가, GS, 무신사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상품을 수용하면 배송 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CJ대한통운은 내년 7일배송, 매일배송 체계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입니다. 1시간 배송 역시 포함됩니다.
조: 기존에 많은 기업들이 자가 물류센터를 고집하다 보니 거점 운영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류기업이 들어오면서 혼적(다수의 클라이언트 물건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CJ대한통운은 물류 플랫폼으로서 거점과 배송 등을 연결하며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기존 한계였던 회전율 문제를 개선하고, 지역 권역의 밀집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언급한 시간대 배송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매뉴얼이 CJ대한통운 입장에서 이커머스 기업이나 클라이언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마: 말씀하신 대로 핵심 포인트를 잘 짚으셨습니다. 현재 이마트가 쓱닷컴 센터에서 5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은 물량 부족과 운영 시간의 제한 때문입니다. 배송 운영 시간을 보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동안만 센터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김포 자동화센터 2, 3호만 해도 4천억 원, 여기에 오포 센터까지 합치면 총 5천억 원 이상이 투자된 첨단 설비인데, 하루 8시간만 가동되는 건 심각한 비효율입니다.
첨단 자동화센터는 24시간 운영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만약 24시간 가동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쉬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처럼 8시간만 가동되고, 가동률도 70%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CJ대한통운이 운영을 맡게 된다면 기존 물량에 더해 11번가, 새벽배송, 무신사, 에이블리 등 다양한 물량을 확보해 새벽배송, 주간배송, 야간배송 등으로 24시간 가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설비가 하루 8만 건의 장보기몰 물량을 처리한다면, 이는 실제로는 24만 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낱개 기준으로는 수백만 건까지도 가능하죠. 이렇게 되면 CJ대한통운은 운영 체계를 효율화하면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년도에 CJ대한통운이 365일 배송 체계를 도입한다면, 그 중심에는 김포 물류센터가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조: 김포 물류센터의 입지는 정말 강점입니다.
마: 맞습니다. 현재 김포와 오포 같은 물류센터는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포는 고촌 물류단지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동부뿐만 아니라 인천과 대전까지도 커버가 가능합니다. 특히 김포 센터는 과거 인허가를 받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전부터 확보된 귀중한 물류 거점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권역을 확장하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이마트의 주요 거점은 입지가 뛰어난 만큼, 단독으로 운영하기보다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배송 권역을 확장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수도권 배송 한계나 부산 지역에서의 물량 한계를 허브와 지역 분류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관련해서도 가능성이 많습니다. MFC는 단순히 500평 규모의 작은 센터가 아닙니다. 이마트의 대형 매장 중 외곽이나 지방에 위치한 매장, 또는 수도권 내 매장이 크고 야외 주차장이 충분하다면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도크와 차량 접안 시설을 보완하고, 피킹과 패킹 시설을 반자동화 수준으로 최소화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는 매장을 줄이고 약국, 병원, 학원 등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매출을 유지하며 공간을 효율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은 공간을 물류센터로 활용한다면,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물류 거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량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공터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팡이 모바일 캠프를 운영하며 지역별 거점을 활용하는 방식처럼, 이마트 매장이나 물류센터를 활용해 내년에는 CJ대한통운이 물류기업을 넘어 리테일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 공감합니다. 이마트 거점은 입지가 워낙 뛰어나니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폐점하는 점포를 MFC로 전환하거나 물류 거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주 7일 배송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레퍼런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물류센터 운영권 이관입니다. 현재 네오센터로 불리는 자동화 물류센터는 총 4곳으로, 1호센터는 보정동에, 2·3호센터는 김포 고촌에, 4호센터는 경기도 오포에 위치해 있습니다. 1호센터는 매장 전환을 거쳤기 때문에 자동화 수준이 100%는 아니지만, 2·3호센터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자동화율(60~85%)을 자랑합니다. 4호센터는 오토스토어라는 첨단 시스템이 도입되어 준공이 완료된 상태이며, 가동 준비 중입니다.
이 중 2·3·4호센터의 운영권을 CJ대한통운으로 이관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일부 보도된 바와 같이,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만약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CJ대한통운이 내년 상반기에 운영을 시작한다면,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조: 결국 CJ대한통운이 직접 인수해서 운영하게 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마: 현재로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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