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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힐데 Mar 30. 2023

내가 공부하는 이유

천재도 아니고 언제나 1등도 아니지만

로스쿨에 온 후 내 곁에는 다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뿐이다.

나보다 잘하거나 나만큼 잘하거나

나보다 열심히 하거나 나만큼은 열심히 하거나.


공부라는 게 참 무서울 때가 있다.

매일같이 문제가 잘 풀리면 참 좋겠는데

한 구간에서 순간 턱 하고 막히면 그때부터 그 문제에 압도당하기 시작한다.


나라는 인간은 도저히 안될 것 같고

이 시험에 합격할 만큼 나는 똑똑하지 않은 것 같고..


시험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스스로 발걸음을 돌려버릴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곤 한다.


처음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두려운 줄 알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렇게 스스로를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을수록,

오히려 "이 공부만 해내면 내 인생 못할 것이 없겠는데?" 하는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버텨내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용기’라는 무기를 들어본다.


그것이 공부든 일이든

너무 힘든 나머지 그것에 압도당할 때,

사실 우리가 지켜내야하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이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기억하는 것.


평생 나의 인생에 공부는 최고의 스승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다.

내 인생에서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애증의 존재.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비슷하달까.


나를 성장시키면서도 나를 즐겁게 하고,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다가도 '기쁨'으로 몰려온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도를 닦고 있는 것 같다.

매일같이 '하기 싫음'과 '해야 함' 사이에서 고통스러움을 인내하는 방법을 배운다.

'노력'과 '기대' 사이에서 희망을 품는 방법을 배운다.

'단조로움' 속에서 왕도를 느낀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제들이 앞에 즐비하게 나를 막아서고 있는 이 순간

분노, 짜증, 불만, 답답함 등의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럼 그때마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1등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 들고 앉아 머리 싸매고 기싸움이라도 해본다.


결국 모든 문제도 사람이 있기에 생기고 해결되기 마련인데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풀지 못할 문제도 없겠지.

적어도 내가 푸는 이 문제는 사람이 낸 문제일 테니까.


내가 하는 공부가 적어도 인생 공부보다야 쉽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나름의 위안을 삼아 본다.


이 세상 모든 수험생들에게,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에게,

세상에 그대들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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