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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힐데 Apr 09. 2023

예수의 신성을 나는 믿기로 했다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서평

성경은 죽은 책일까? 나에게 예수는 죽었다 사흘만에 깨어난 하느님의 아드님, 나의 ‘주님’이라 부르는 전설적이고도 신화적인 인물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 예수님의 가르침은 각자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며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만큼은 내게 죽은 책으로 읽히곤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조선왕조실록이 떠올랐다. 조선왕조의 이야기는 교과서와 실록으로 접했을 때, 그리고 전공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 모두 다르게 다가왔다. 교과서 속의 왕조는 죽어 있었고, 실록 속의 왕조는 어려운 역사로 존재했다. 하지만 마침내 대학 강의에서의 조선왕조는 살아 숨쉬었다. 이 책도 그랬다. 드디어 성경 속 역사의 한가운데, 나는 베드로와 요한, 제자들 모두와 함께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 후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탄생’의 저자 엔도 슈사쿠는 예수의 생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민들은 그에게서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효과를 기대했고, (중략) 이러한 기대와 흥분은 한때 ‘갈릴래아의 봄’이라는 열광적 인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예수에게 지상적 메시아로서 의지가 없음을 알게 되자 떠나갔다. 예수의 비극적인 십자가상 죽음은 이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예수의 죽음. 작가는 그 당시의 이야기를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 온갖 비유로 쓰여진 성경에 여러 가지 상황들을 덧붙여 그가 알아내고자하는 것은 예수의 x, 즉 예수가 그리스도로까지 들어 높여진 이유,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신격화되었던 이유, 예수가 이상적인 신앙자가 아닌 ‘신앙의 대상’ 그 자체가 되었던 이유였다.

결국 이 책은 예수가 탄생 그 자체로 그리스도였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제자들과 함께 예수를 기록한 이들, 즉 예수의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의 바람이 마침내 예수를 ‘그리스도’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공관 복음서에서부터 예수의 죽음을 생각하던 제자들에게 가장 큰 의문으로 남았던 ‘하느님의 침묵’, 이 수수께끼에 답할 자유가 부여되었을 때, 그들은 하느님을 부정하는 대신 예수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언자들의 예언과 연결시키는 선택을 했다. 수난의 이스라엘이 영광의 이스라엘로 바뀌듯이, 수난의 예수는 이윽고 영광의 예수로 바뀐다. 이렇듯 제자들은 ‘하느님의 침묵’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과정 속에서 예수의 재림이라는 해답을 얻었던 것이다. 물론 이와 달리 예수는 세상에 예수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신적인 존재였다고 주장했던 이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다름 아닌 바오로 사도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믿기 나름이겠으나, 이 책은 예수에 관한 여러 가지 전설이나 신화는 그의 사후 1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생겼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예수를 직접 대하고 가르침을 얻은 이들이 생존하던 때에 그를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신화가 믿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수, 하느님의 아들, 사람의 아들이라 불리우고 우리가 ‘주님’이라 부르는 이. 신앙의 가운데에서 성부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고백할 때, 우리는 지금도 초기 그리스도교가 품었던 과제를 가슴 속에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는 왜 재림하지 않는가?’,
그리고 ‘하느님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는 해답은 가르쳐 주지 않았으나 수수께끼를 해결할 자유를 부여한 채 떠났다”는 저자의 말에 주목했다. ‘수수께끼에 답할 자유’가 있다는 것, 이것이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지닐 정신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生,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잊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하느님께 침묵하는 이유를 질문하기 이전에,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침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앙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볼 자유가 있다.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시대의 기록을 조금 더 생생하게 전달해준 책,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하느님의 뜻을 찾아보겠다는 어리석은 시도들 속에서 어쩌면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에게 부여된 자유의 힘을 외면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주님’이라 부르고 ‘하느님의 아들’이라 믿는 그리스도를 조금 더 살아있는 모습으로 생생하게 그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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