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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Jul 26. 2022

[최재천의 공부] ‘권모술수 권민우’로 안 키우려면

결국 쓰기와 말하기다

<밤이 선생이다>라는 고 황현산 선생의 책이 있다. 삶을 숙성시키는 시간은 활동하는 낮이 아니라 밤이라는 점을 강조한 이 책은 속도보다는 방향, 깊이가 삶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설득한다. 책 <최재천의 공부>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놓았다. ‘자발적 홀로 있음’이 최재천 교수의 사고를 성숙시킨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나와 온전히 함께한다면 내 안에 스며든 세상의 요소도 바라보도록 안내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연결된 적극적인 나의 존재를 깨달아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p97)”


우리 교육은 ‘자발적 홀로 있음’을 낭비로 치부하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짧은 시간 안에 틀린 것을 찾아내거나 답을 도출해내는 훈련에만 몰두한다는 것. 실제로 스스로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좌우하는 능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기조는 선거기간 중 후보 토론회에도 통용된다고도 지적한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도,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는 행태를 꼬집는다.


최재천 교수는 생각과 경험을 숙성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와 토론을 꼽다. 시험 한 번으로 진로가 결정되는 교육 방식에 회의를 갖는다면서, 교수를 시작할 때부터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글쓰기와 말하기로 학생들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깊게 사고하고 안으로 다지는 접근을 유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기 화법으로 정리한 글과 말이라는 것이다. 특히 숙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의 민주주의를 하자고 뽑아놓은 정치인들은 대화는 고사하고 제대로 마주 않을 줄 모른다. 우리 시민이 나서서 숙론의 장을 열었으면 좋겠다.(p160)”

자칭 최재천 교수 ‘빠’인 나는 최 교수님 책이 나왔다는 얘기만 듣고 책을 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일단 사고 봤는데 본의 아니게 태교책을 읽은 기분이다. 한국 토종 교육을 받아온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최 교수님 시각으로 다시 되짚어 보면서 곧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많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곧 세상에 나올 아이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민우처럼 키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밖에 모르는, 공정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는 권민우는 발달장애가 있는 캐릭터 우영우에게 주변이 과도하게 배려를 해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유불리에만 레이더를 작동시키는 그를 만든 건 어쩌면 우리의 못난 교육방식일지도. 우리 교육이 이제는 객관식, 임기응변, 경쟁 부추기기와 거리를 둬야하지 않을까.


인터뷰어 안희경 작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와 안희경 작가의 좌담을 엮어 만들어졌다. 광범위한 이야기를 적절히 구분해 연결지은 것도 대단하지만, 최재천 교수와 생태과학에 대한 공부가 상당히 뒷받침됐다는 게 질문 곳곳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질문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버무려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주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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