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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Jul 17. 2023

[오늘의 私설] 몰지각한 자


 세상에는 왜 이리 몰지각한 인간들이 많은지! 이를테면 공중 화장실 세면대에서 발을 씻는다거나, 붐비는 지하철 문 앞에서 하차하는 승객을 막고 버티는 자들이다.     


 비가 많이 오던 엊그제, 샌달을 신고 나섰다. 카페에 가방을 내려놓고 젖은 발을 닦으러 건물 화장실로 향했다. 발등만 닦으려니 왠지 빗물에 발바닥이 끈적이는 것 같았다.     


 흐르는 물에 잠깐만 헹구면 되겠지, 싶어 발을 세면대에 얹으려는 순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딱 걸렸다. “아니, 세면대에서 발을 씻으면 어떡해요! 나는 노숙자가 들어와서 그러나 했더니!”     


 세면대에서 발을 씻으면 안 된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죄책감이 들기 전에 후다닥 헹구려다 발각되고 말았다. 우물쭈물 나오는 걸음이 들어갈 때보다 찝찝했다.      


 다음날, 지하철을 타고 문가에 섰다. 낮시간이라 사람이 적었다.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승객들이 내 앞으로 몰려들었다. 문이 열리고서야 환승 통로 바로 앞인 줄 알았다. 걸리적거리지 않으려 안쪽으로 들어갈까 했지만, 내리는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웠다.    

 

 승객이 거의 다 내릴 때쯤 한 할아버지가 내 소매를 끌어당기며 말씀하신다. “거 문앞에 서 있지 말고 안쪽으로 들어와, 안쪽으로” 억울하다. 그러려고 했다. 내리는 사람들을 밀고 들어갈 수 없어 바짝 붙어있었는데 지청구를 듣고 말았다.     


 어딘가에서 청소 아주머니는, 그리고 할아버지는 ‘세상에 몰지각한 놈들 많다’며 덩치 한 인간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안 그런다. 화장실에서 발을 씻거나, 지하철 문 앞에서 버티고 서는 자가 아니다. 앞뒤를 살피고 늘 내렸다가 탄다. 지각 있는 시민이다.      


 그러니 나에게 ‘몰지각한 사람’이라 매도되었던 이들도 마찬가지겠지. 나와 한 번 마주쳤던 그 사람이, 삶의 모든 자리에서 그럴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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