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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r 15. 2024

다른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등록 필리핀인 근로자

일주일 전부터 호흡곤란과 날카로운 심장 통증을 참을 수 없어 새벽시간 병원을 찾았다.

심근경잭으로 응급 시술이 필요했지만, 병원에서 보증금 1,000만 원을 요구했다.

500만 원 정도는 어찌해 보겠지만 당장 그만한 돈을 구할 수 없었다.

건강보험 자격이 없으니, 고액의 비용이 발생하고 아마 1,000만 원으로도 병원비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고액이든 소액이든 병원비를 내지 않는(못하는) 환자는 너무 많아 병원의 고민도 깊어진다.

무료 진료소가 아닌 이상 본인 부담은 발생하고 대다수 의료기관은 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과거 관행적으로 진료비 연대보증을 통해 미수를 관리했지만, 이를 빌미로 진료를 거부한다면 의료법에 위배될 수 있어 노골적으로 연대보증을 강요하지 못한다.

요즘 입원 시 받는 보호자 서약은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 보호자 확인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건강보험자격이 없는 외국인 환자에게 과도한 병원비나 보증금을 요구하여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게끔 만드는 행태가 있는 것 같다. 방법을 찾기보다 우리 병원만은 안된다는 생각이다. 때론 경찰관 동행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겁을 주기도 한다.


환자는 부산에서 대구까지 이송되었다.

통역 오류도 있었지만, 부산에서 대구까지 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심지어 환자는 대구가 어디에 있는 지역인지도 몰랐다.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해 봤다.

시술을 담당할 당직의가 없었던 걸까? 전공의 파업의 영향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부산에 상급 종합병원이 4곳이고 종합병원도 20곳이 넘는다.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자 해당 병원에서 다른 병원을 안내했다는 것이다.

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다른 병원에 가면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곳에서라도 치료를 받을 있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다른 병원을 안내했던 병원이 괘씸하다.

이미 병원비는 3,000만 원 가까이 불어났고 환자와 남편은 무사히 시술을 마친 안도보다 병원비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남편은 이틀 동안 직장에 출근하지 못했고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직장에서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가 왔다.

치료도 마치기 전 남편은 실직하였고 생계까지 걱정해야 한다.

당분간 출국할 계획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출국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미등록 체류 이력으로 인해 다시는 한국에 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퇴원 처방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백만 원씩 불어나는 병원비가 불안하다.

환자와 보호자를 진정시키고 병원비를 도울 방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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