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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Apr 03. 2024

말뿐인 응원

위기가구 청년세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입원한 환자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퇴원했다. 


퇴원할 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의사는 어떤 모습을 본 것인지 외래 진료가 끝나고 사회복지팀에서 상담받으라고 환자에게 권했다. 

물론 의사는 사회복지팀에 미리 연락했고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앳돼 보이는 20대 여성과 또래의 남편이 사회복지팀을 방문했다. 


젊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기 때문에 뭐든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젊다고 뭐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새로운 기회는 많을 수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여벌의 외투도 운동화도 없는 것인지 때 묻은 외투와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의 모습도 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편은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질환이 있었지만 병원비 걱정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체육 강사로 근로하여 1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있다고 한다. 

소득의 대부분은 카드 값으로 지출되고 다시 카드로 생활하는 패턴을 반복하지만 항상 부족하다. 


병원비는 카드로 결제했지만 갚을 길이 막막했고 작년에는 긴급생계비지원도 받았다고 한다. 

(※ 긴급생계비지원 : 생계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자체에 신청하여 일시적인 도움 받을 수 있는 제도)


회복 동안 일을 할 수 없고 평소에도 척추질환으로 통증이 심해 검사나 치료를 권유받기도 했다. 

병원비에 대한 부담으로 진통제 복용과 복대를 착용하고 버티고 있다.  

주 소득자였던 환자는 회복보다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실 수는 없나요?”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서 저희를 도와주기 어렵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이었지만 말하기를 주저해 더는 물어보진 않았다.  


위기가정으로 판단하여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상담과 생활 실태 확인을 요청했다. 

실제로 긴급생계비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한다. 

부모가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듯하지만, 어떤 사정이 있는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관심 있게 살펴보겠다고 한다. 


다시 외래 진료를 위해 내원했고 아직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조만간 연락이 가겠거니 생각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부모가 있으나 오랜 기간 관계 단절 상태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가스비와 전기세와 같은 공과금은 몇 개월째 연체되어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다. 

대략 일주일 치 쌀만 남았다는 말에 창고를 뒤져 옷 몇 벌과 부식 몇 가지를 전달했다. 


병원이기에 생계까지 어찌할 수 있는 재원은 없다.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주겠다는 안내를 하고 행정복지센터에 위기 상황임을 꼭 알리라고 당부했다. 


다시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보았지만, 업무가 바쁜지 다음 주에 한 번 살펴보겠다고 한다. 

전화 연락이라도 먼저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업무량이나 담당하는 위기가구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소를 확인하고 급하게나마 간편식(컵밥) 일주일치를 주문해 보냈다. 


주말이 지나고 환자에게 연락했다. 

한결 밝은 목소리의 환자는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상담받았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진행 중인 듯하다. 

누가 보냈는지 모를 간편식(컵밥)으로 끼니를 잘 해결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어 주길 바랐다. 

건강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다. 

누군가는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건강관리를 어렵게 하고 건강의 악화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지지체계가 없는 환자가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말뿐인 응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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