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여행 2
수빈에게
늘 지나간 일만 더듬는 내가 촌스럽다 생각해왔다.
덕분에 아주 오랫동안 내 온 마음을 물고 늘어지던 조각을 찾으러 갈 수 있었다. 분명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확신해왔는데, 두 눈으로 실제를 보고 나니 그 기억은 더 정체 모를 것이 되어버렸다.
마을은 기억했던 것보다 더 컸고 삭막했다.
바다로 가는 길은 걷기에 너무 멀었다.
인생의 반을 희생하며 보내기에 도시는 너무 조용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분노를 품기에 그 일은 너무 불분명했다.
그때의 우리와 이 글 속의 우리의 표정이 달라 조금 부끄럽지만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네가 들려준 그 슬픈 노래와 하얀 잔상이 머릿속에서 영영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예상과 달리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갑갑한 마스크를 눈까지 올려 쓰고 빛을 피해 잠을 쫓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 이틀 동안 꼭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잠만 잤다. 온몸이 울렁거렸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현재를 함께 하는 무해한 사람들 덕분에 괜찮을거다.
분명 즐겁게 지내고 돌아왔는데, 어째서 내게는 네 모습이 아리게 남았는지 모르겠다. 입을 살짝 다문 너의 옆 모습과 가스난로 옆에 선 젊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몇 분에 한 번씩 떠올라 자꾸 노래를 찾게 된다.
기억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꼭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당연하게 나를 데려다주어 고맙다.
2020.08.21
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