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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Nov 14. 2021

드디어, 드디어 별을 보러간다!

맑은 날 저녁 강원도를 여행하고 있다면 안반데기를 가보세요


속 시원~하게 별 좀 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나는 별을 보는 걸 좋아했다. CC(Campus Couple)이자 같은 기숙사에서 살았던 우리는 맑은 날이면 밤에 별을 보러 나갔다. 오빠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것 같았지만 늘 내 옆에서 함께 별을 봐주었다. 머리 무게로 뻐근해진 뒷목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때까지.


그 후 나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별을 찾아보곤 했다. 조금이라도 도심에서 벗어난 숙소라면 밤에 꼭 한 번씩 나가보았다. 아무리 도심에서 벗어난다고 한들 주변에 교통편이 있는 호스텔/호텔 부지라면 사실 많은 별을 보긴 힘들다. 딱 한 번, 캐나다 프레데릭턴에 도착하던 날 밤, 말 그대로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그 날 자정이 넘어 도착한 탓에, 장거리 비행에서 오는 피로 탓에 오래 감상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면 한이다.


그치만 무서워서 못 보겠어


남편이 운전을 시작하면서 별 보기 좋은, 주변에 빛이 없는 곳들을 찾아 헤매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멀리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딜가도 인조광원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포천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차도 없고 건물도 별로 없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폈다. 별은 잘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방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심지어는 작은 불빛조차 없었다. 그 짙은 어둠과 고요함이 주는 공포감에 압도되어 별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혹여 누구라도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별을 보는 '척'만 하다 10분도 채 안되어 냉큼 차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별보기 스팟을 찾아가자!


이러한 사정들로 그간 속시원하게 별을 못봤던 것을 남편도 알고 있기에 이번 여행에 별을 보는 코스를 꼭 넣어주겠다며 이것저것 검색을 해본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여행 첫 날 마지막으로 가게 될 목적지는 안반데기가 되었다.


올라갈 때부터 차도 많고 주차장 사정도 안반데기의 명성에 비해 좋지 못하여 주차하는 데에만 한참 애를 먹는다.


무사히 주차를 마치고 멍에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핑크빛 구름과 주황빛 하늘을 보며 숨을 돌린다. 차박을 할 수 있게 마련된 전용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나중에 차박하러 꼭 오자."


사진 찍는 사람들

전망대에 도착하니 안전사고를 막으려 설치한 것 같은 돌담에 빼곡하게 앉은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해지는 광경을 찍고 있다. 올라와서 보니 다르긴 다르다.



겹겹이 쌓인 산과 짙푸른 하늘, 그리고 지는 해가 뿜어내는 주홍빛이 장관이다. 거기에 없었으면 조금은 심심한 풍경이 되었을 풍력발전기까지.


에고 별사진 찍기엔 화각이 한참 부족하다~

본격적으로 해가 지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눕기 시작한다. 별이 '쏟아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많이 보인다. 스카이맵을 켜고 별자리를 보기 시작한다. 밝고 뚜렷하게 보이는 카시오페아와 케페우스, 백조자리와 직녀성 그리고 견우성. 안반데기에서 처음 볼 수 있었던 용자리까지.


돌담 위에 불어오는 매서운 찬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누워있는다. 남편이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어우, 너무 추운데? 언제쯤 내려갈까?" 라고 은근히 묻는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돌담 뒤로 내려가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우리만 차디찬 바람에 콧물을 주륵 흘리며 여전히 돌담 위에 누워있었다.


이 정도라도 볼 수 있는 것이 행운이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와 마지막으로 북쪽을 다시   보기로 한다. 정말 기가막히게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북두칠성이 있는 부근을 정확히 가리고 서있다. 요리조리 자리를 바꿔가며 찾아보지만 뒷편의 배추밭과 발전기의  때문에 북극성조차 긴가민가하다. 게다가 앞길을 찾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밝은 휴대폰 플래쉬는 덤이다.


좁은 전망대 위, 복작복작 모여든 사람들의 소음과 불빛은 도심 속이었다면 피로감을 가져왔을 테다. 무수히 박힌 별 아래였기 때문에, 그리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서있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 이만큼의 별을 이렇게 오랫동안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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