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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Feb 02. 2022

뻔하긴 하지만, 보성하면 녹차밭이고 순천만하면 정원이라

관광지 몰아치기




이 날의 여정


한옥펜션에서 꿀잠을 잔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청해진 유적에 간다. 장보고가 군인으로서 군대를 이끌고 해적을 토벌한 것보다는 상업인으로서의 업적이 위주로 적혀있어서 순간 '어라? 장보고가 국가적 인물(공무원)이 아니라 그냥 상업인이었나?' 하고 착각했다.


유적 자체는 제주도의 오름같은 느낌.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복을 구매하러 수산시장에 들렀다. 그 근처에서 아침으로 해물된장을 한끼 했고, 양쪽 집에 전복을 한 박스씩 보냈다. 자연산 전복은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고민끝에 양식으로 보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해변공원로 150, 완도우성종합어시장

전남 완도군 완도읍 해변공원로 124번길 11, 남강전복





바로 보성으로 달렸다. 아직 아침이었고 바람이 셌다. 들어가는 길에서 몸도 데울겸 차를 한 잔 마셨다. 녹차 한 잔, 아니 보온물병에 든 물만큼 우려 마실 수 있는데 이천원이라니!



본격적으로 녹차밭을 걸어본다. 정말 오랫동안 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다. 녹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녹차밭 사진이 너무나 아름다워보였다. 제주 오설록뮤지엄의 녹차밭과는 또 다른 매력.



메타세콰이어길 같은 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인 녹차밭이 나온다.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그냥 경사진 밭에 녹찻잎들이 잘 정렬되어서 자라는 것 뿐인데 왜 아름답지? 아무리 생각해도 '왜'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계속 바라보고 있고 싶은 그런 풍경이었다.


비내리는 녹차밭


보성녹차밭은 전망대와 연결이 되어있는데, 특히 바다전망대는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편이다. 표지판에 등반이 어려운 임산부나 노약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도 멋있고, 그 앞에 녹차밭도 너무나 아름답다.



추워죽겠지만 녹차아이스크림은 못참지. 남편은 녹차가 들어간 디저트를 싫어하지만 나는 없어서 못먹는다. 차디찬 녹차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아포가토를 손에 들고 순천만으로 향한다.




순천으로 가는 길에 벌교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9, 10권을 아직 다 못읽긴 했지만, 태백산맥을 읽은 자로서 벌교를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노릇! 벌교에서 꼬막요리를 먹고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차피 점심 때가 되어서 잘된 일이었다.


벌교 역시 휑했다. 사람이 없었고 문을 닫은 식당도 있었다. 조금 실망하긴 했다. 태백산맥에서 벌교는 꽤 중요한 지역이었으니까. 서너군데 있는 꼬막식당 중 연 곳 아무데나 들어갔다. 초고추장에 무친 꼬막회가 밥이랑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만오천원짜리 비빔밥을 시킨 것 치곤 밑반찬들도 다양하고 맛깔났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 원조꼬막식당.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향한다. 역시 오랫동안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남들은 다 가봤을지언정, 그래서 너무 뻔한 관광지일지언정 나에겐 위시리스트였다. 티켓을 끊는데 매표원분께서 어디서 왔냐 물었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어느 구에서 왔냐고 되묻는다. 정말로 궁금한 표정은 아니고 사무적으로 묻는 표정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대답했다. 그 곳이 순천시와 자매결연이 되어있다며 4천원인가를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신분증을 마침 가지고 있어서 증빙을 한 뒤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소소한 행운이 여행을 기쁘게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국가마다 가지고 있는 정원의 문화와 특징들을 구현해두었는데, 예쁘고 참신하긴 했으나 사실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고양시 꽃축제에서 보았던 정원들이 더 실제에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의 왜곡일 수도 있고. 게다가 무슨 일인지 한국정원은 너무 외곽에 있어서 이 날 가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방문해서 보았다.



국가별 미니어처 정원보다는 호수정원의 언덕들이 더 아름다웠다. 봉화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



국가정원에서 나와 순천시청 근처에 있는 인당 9만원에 달하는 한식코스를 먹으러 갔다. 가격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음식들이 왜인지 차가웠다.



그리곤 거제에 있는 숙소, 피스테라로 향했다. 피스테라는 스페인의 땅끝에 있는 지역명이란다. 풀장이 있는 곳으로 예약한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3만원의 추가금을 내야했고, 도어락으로 잠겨있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바다뷰가 좋았다. 올라갈 때 꽤 경사가 심했는데 덕분이겠지. 침실이 따로 있어서 꽤 넓고 쾌적하게 이용했고, 1층에는 카페가 있었다. 전남 여수시 율촌면 두언길 69, 피스테라.


왼편에 도어락으로 잠겨있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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