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구공탄의 추억>에서 고기를 먹으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공짜? 아니면 남이 구워주는 고기?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나는 일단 한 테이블에 앉아서 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먹은 고기는 공짜는 아니었어도 맛있는 고기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 살면서 '구공탄의 추억'이라는 상호는 제법 들었다. 고깃집으로 단골이 내 돈 내산으로 홍보하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형님과 동생들의 추천으로 모이기 힘든 사람들 딱 4명이 하나 둘 저녁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미리 예약을 하고 주문하면, 사장님이 맛나게 고기를 구워서 기다리신다고 들었다. 그렇게 예약 인원이 모이면 짠~ 하고 먹기만 하는 행복한 시스템. 고기를 먹기 위해서 모였기도 했지만, 이렇게 후딱 먹고 이야기할 틈이 없으면 되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우였다.
한 테이블이 모두 모이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한 둘이 모이기 시작하기 전까지 두툼한 고기가 먹기 좋게 익어가는 시간은 제법 소요된다. 막상 모여서 반찬으로 건배를 하는 것보다는 사장님의 센스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두툼한 고기가 보기 좋게 정렬되고, 김치는 불판의 아래쪽에서 기름 먹은 상태로 맛이 있게 구워진다. 그리고 그 틈에 촘촘하게 나열된 버섯도 함께 불판 위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두고는 다 모이기 전에 대뜸 고기를 한 점을 먹어 본다.
역시 보기도 좋은 것이 맛도 좋다. 게다가 눈 밭에 첫 발자국을 걷는 마냥 신나게 먹는 모습을 들키지 않아서 더 기분 좋게 먹방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 불판의 고기 반을 일행과 먹고 나면, 새로운 고기를 주문하면 될 일이었다.
기다란 김치를 충분히 고기 기름을 입혀서 구워지면 듬성듬성 잘라 놓는다. 확실히 불판에는 김치가 올라오면 보는 맛도 씹는 맛도 다르다.
그렇게 쏙쏙 집어 먹은 고기와 김치 때문에 새롭게 생고기를 올려놓는다. 또 언제 구워지나 싶다가도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덧 볶음밥을 주문했다.
추억이다.
고기를 먹으면서 불과 6개월 전.
1년 전.
더 긴 시간을 한껏 떠들다가 빈 불판만 남겼지만, 또 연말이 되어서 모였음 한다. 이날의 일도 추억으로 이야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