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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 Jun 21. 2021

올해의 낯선 곳에서의 여름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여름밤은언제나 그렇듯이 나를 들뜨게 한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돈을 버는 것을 시작한 후로 매 여름이면 어딘가로 떠나고는 했다. 주로 대상은 낯선 곳이었다. 낯설면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공간. 서울 외 지방 혹은 일본 등. 작년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아무 곳도 가지 못하여서 널리 퍼지기 직전 즈음 타지방을 간 것이 마지막 여행의 기억이었다. 그러다 이번 여름, 큰 맘먹고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떠났다.


 사실 부산은 이미 여러 번 방문해 본 곳이기도 했고, 원래는 뮤지컬 위키드를 볼 생각이었어서 잠깐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함께 가보자는 얘기를 꺼내었고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 제안을 승낙하여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거기에 원래 부산이 본가인 친구도 만나게 되어 거의 셋이서 여행을 하는 식이. 되었는데, 퍽 즐거웠다.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는다. 다만 직장인이 되고 친구들도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이런저런 게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도 각각의 장단이 있기에 무엇이 좋다 나쁘다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행인이 있는 여행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먹을 때 인원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혼자 가다 보면 잘 안 받아주는 현지 식당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처럼 억울할 때가 없다. 2인 이상 가면 자리를 차지하는데 대한 눈치도 잘 보이지 않고, 메뉴 선택의 폭도 넓다. 


 또한 다른 이와 함께할 때 드는 생각과 감정들이 혼자 있을 때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에 새로운 충격을 받게 한다. 예를 들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다른 것을 연상한다거나.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거나. 그런 것을 평소에도 느낄 수 있지만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어 즐겁다. 




 집이나 회사와 같은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곳에서 오는 공간적인 환기가 나에게는 크게 작용한다고 느껴진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그 공기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굳이 외국이나 먼 곳이 아니라 평소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것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을 할수록 이와 같이 느끼기에 독립에 대한 생각도 커지고 구체화되어가는 중이다. 일상적인 공간을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사고와 감정을 담을 그릇이 되어준다고 느낀다. 


 전에는 시간 등에 비해 공간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갈수록 느끼는 것이 공간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보내는 그릇인데 당연히 무언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족과 집에서 오래 살았기에, 그 공간에 갇힌 생각만을 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내년쯤에는 독립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이면 무언가 나에게도 변화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어떤 사건이 나에게 발생하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무언가 해 볼 생각이다. 요즘 정신은 온통 거기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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