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랜선여행이다. 여행했던 장면들이 다시 생생해지는 것 같아서, 신이 난 채로 벌써 세 개의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는 2019년 4월 중순쯤에 떠났던 오사카와 교토로 다시 한번 가보려고 한다.
사실 오사카에서의 추억은 그렇게 좋지 않다. 도톤보리의 글리코상은 인스타충인 나에게 정말 반가운 존재였지만, 여행중에 비가 계속 왔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그 때의 찝찝했던 기억들은 어느정도 미화된 것 같다. 그리고 남겨진 사진들이 나에게 좋은 추억만을 상기시킨 덕분에 다행히 글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행에 대한 글을 여러개 써 내려가고 있지만, 2019년 오사카 여행이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물론 고등학생 때, 졸업여행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갔던 것 같은데, 사진도 없어졌고 그와 동시에 기억도 사라졌다. 그전의 나는 해외여행 갈 돈이면 차라리 아이패드를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28살이 되도록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회사 동기가 싼 비행기 표를 구해와서 부담 없이 오사카로 떠나게 되었다. 물론 제일 싼 비행기 표라서 저녁에 도착하고, 이틀 뒤 아침에 출발하는 극악의 일정이었지만, 첫 여행이라는게 의미가 있는거니까.
대구공항에서 출발한 우리는 간사이공항에 도착하고 난 뒤에,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첫 번째 행선지는 헵파이브였다. 그 때 당시에는 동성로에 스파크라는 대관람차가 생기기 전이었고, 국내에서 대관람차를 볼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오사카 헵파이브 대관람차는 꼭 들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헵파이브 안에 있는 이름 모를 타코야끼 가게
그렇게 대관람차를 간절하게 원하던 내가 헵파이브에서 가장 먼저 한일은 타코야끼를 사 먹는 일이었다. 타코야끼는 계획에 없었지만, 관람차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 헤매다가 배가 고파져서 사 먹었다.
이후로도 일본에서는 타코야끼를 몇 번 더 사 먹은 것 같은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역시 타코야끼의 나라답다.
1층에서 본 헵파이브와 근접 샷
타코야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행히 헵파이브 관람차를 찾아내서 탈 수 있었다. (오사카 여행할 때는 주유패스를 이용하는 게 좋은데, 헵파이브 뿐만 아니라 도톤보리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티켓이니까 꼭 챙기도록 한다.)
사실 관람차라는 게 그렇게 재미있진 않다. 그래도 헵파이브에서 내려다 본 야경은 어느 정도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니, 오사카에 방문하면 다들 한 번쯤은 꼭 타봤으면 좋겠다.
헵파이브 관람차로 타코야끼를 소화시킨 우리는 초밥을 먹으러 갔다. 1년하고도 8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가게 이름은 기억이 안 났는데, 다행히 간판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히라가나를 읽을 줄 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던 가게 이름은 '사카에 스시'이다.
여기도 줄을 서서 들어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줄을 서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이때는 아마도 일본과 관계가 안 좋아지기 전이라서 한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해외에 있지만 상당히 안전하고 포근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사카에 스시에서 초밥을 먹으면서 친구와 나는 먹방영상도 촬영했는데, 이 영상은 작년 11월쯤에 지운 것 같다. 보기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초밥을 먹고 나서 우리는 오사카의 하이라이트. 오사카의 랜드마크. 오사카의 전부인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의 글리코상과 맛있는 타코야끼집
역시 도토보리는 좋았다. 어딜 가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만 같다. 저녁인데도 도톤보리의 모든 전광판들은 반짝거리면서 사방을 빛내고 있었다.
도톤보리 역시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들 한쪽 다리를 들고 만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도 도톤보리의 밤을 빛내고 있었던 것 같다.
코시국 이전의 평화로웠던 도톤보리
그날 찍었던 도톤보리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코로나 시국 이전의 그 시절이 정말 그립게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이렇게 도톤보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온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글리코상처럼 두 손을 들고 뛰어다닐 것이다 (무리수)
도톤보리 옆에는 돈키호테라는 잡화점이 있는데, 이때의 한국 사람들에게 돈키호테는 일본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었다. 상당히 복잡하게 진열이 되어있는데,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한 번쯤 들어가서 구경하기에는 좋았다. 또 폼클렌징인 센카와 곤약 젤리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기념품을 많이 챙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터덜터덜 좀비처럼 걸어가는 여행메이트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빼놓을 수 없는 게 일본 편의점이었다. 일본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정도로 알고 있는데, 라면도 그렇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서 편의점을 털어서 호텔로 돌아간다면 마무리까지 완벽한 일본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에 저녁에 도착했기 때문에 헵파이브, 초밥, 타코야끼 그리고 도톤보리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찼던 하루였다. 다음날은 오사카에서 조금 떨어진 교토로 가서 알찬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